[시론] 'KORUS FTA'를 코러스로 만들라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이 협상 체결 후 4년 8개월여 만에 기대와 우려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쟁점이지만 이제 차분히 경제통합의 이념을 되짚어보고 전략적 선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먼저 FTA의 근간이 되는 ‘통합’의 관점이다. 1787년 제정된 미국 연방헌법이 13개 주 연방 내 경제통합을 명문화한 것을 비롯해 19세기 독일과 스위스의 연방 통합과정은 경제적 교역의 자유화를 지향했다. 특히 독일의 관세동맹(der Zollverein)은 19세기 초 39개 주권국가로 분할돼 있던 독일연방을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통합시키는 결정적인 촉진제가 됐다. 2차 대전 중 총을 마주 겨누었던 프랑스와 독일이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결성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군사적 평화가 절박하기도 했지만 당시 핵심 에너지 자원이었던 철강과 석탄의 공동 개발 및 관리를 통한 경제적 협력과 공동 이익의 추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FTA 찬반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경제적 통합의 이면에 갈등과 분열이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경제적, 정치적 통합이 선언된 지 80년 후에 발발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FTA가 1994년 멕시코를 포함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확대됐지만 멕시코 농업과 미국 대기업의 농산물 가공공장 간 갈등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탓만은 아니다. 단일통화로 통합된 지 약 10년 만에 통화통합에 내재돼 있던 갈등의 소지가 표면화된 것이다.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4개국의 경우 단일통화의 구심력이 약해졌다기보다는 재정적자의 원심력이 커진 결과다. 이를테면 그리스의 재정 지출 확대·유지 정책이 국내 수입 대체력을 향상시키지 못했고 독일 상품의 수입을 증대시켰다.

FTA는 당사국들의 일방적인 경제 단일화라기보다는 보완적 상호침투를 노린 것이다. 마치 퍼즐의 대각선 모퉁이에서 중앙으로 서로 맞춰 나아가서 서로가 기대하는 그림을 구성하는 것과 같다. 자유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통합의 이면에는 갈등과 분열의 소지가 팽팽하게 끌어당기는 현상은 당연하다.

다음으로 ‘개방’과 ‘보호’의 역설적 관점이다. 지역의 경제통합은 본질적으로 개방과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상대국 또는 역내국끼리는 시장을 개방하지만 제3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차별적인 역내 시장 보호 효과가 발생한다. 상대국과의 경쟁을 통해 시장 보호의 목적을 우회적으로 달성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키위와 포도 생산 농가의 경우, 칠레 및 뉴질랜드와의 FTA 발효 이후 경쟁력이 강화됐다. 국내 키위와 시설 포도 재배면적은 지난 8년 사이 1.3배 늘어났고, 포도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로도 수출하게 됐다. 우리 농림수산식품의 수출액은 2002년 28억달러에서 2011년 77억달러로 2.7배 증가했다.

2010년 구제역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우 가격은 상승했고, 생산도 증대됐으며 품질도 향상됐다. 2011년 국내 소 사육 두수는 295만마리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농가에서 연소득 1억원 이상인 부농의 비중도 지난 10년 사이 3.5배 이상 늘어나 전체 농가의 2.2%를 차지한다.

물론 어느 국가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FTA를 추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 보호의 목적은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국내 산업 보호의 궁극적 목적은 산업 발전과 대외 경쟁력 강화다. ‘개방’과 ‘보호’의 배타적 논리 자체에 함몰되기보다는 FTA를 활용해 개방과 보호의 효과를 어떻게 보완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

한·미 FTA는 승패가 결정된 점수판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 진행형이다. ‘KORUS’가 실제로 ‘chorus’의 화음을 창조해 낼 것인지는 기다려봐야겠지만 독창보다는 합창이 더 아름다운 소리로 들리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태황 < 명지대 국제통상 교수 ecothk@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