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vs쉐보래 카마로…실용성과 존재감의 대결
폭스바겐의 시로코 R라인과 쉐보레 카마로. 4000만원대 2도어 스포츠 쿠페라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자동차다. 시로코가 귀여운 이미지라면 카마로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가죽재킷 사나이처럼 강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또 자동차 양대 산맥인 독일산과 미국산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고유가 시대에 상당수 소비자들은 별 망설임 없이 두 모델 중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시로코는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해치백 모델이다. 디자인은 폭스바겐의 어떤 모델보다 날렵하다. 전반적 차체 크기도 전형적인 스포츠형 모델이다. 높이와 폭은 각각 1395㎜와 1820㎜로 골프에 비해 높이는 85㎜ 낮고 폭은 35㎜ 넓다. 간결한 일자형 그릴과 보닛은 개구리 입모양을 연상시킨다. 뒤로 갈수록 기울어지는 루프 라인과 둥글둥글한 트렁크부분은 영락없이 앉아 있는 청개구리다.

주행 만족도가 높았다.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 특유의 낮고 둔탁한 음색이 들렸다. 하지만 소음과 진동은 이내 기분이 좋을 정도로 잦아들었다. 디젤 전문가인 폭스바겐이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완벽하게 제어했다는 느낌이었다. 곡선주로에서의 주행은 백미였다. 시속 80㎞로 코너에 진입해도 노면을 꽉 움켜쥐고 무리 없이 돌아나갔다. 뛰어난 안정성은 좀 더 과감한 주행을 하도록 부추겼다. 낮은 차체에 따른 저중심 구조와 상대적으로 큰 19인치 휠 덕분이었다.

직진 주행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시로코 R라인에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m의 힘을 발휘하는 2.0TDI 엔진이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시간은 8.1초다. 주행 후 트리컴퓨터에 찍힌 평균연비는 14㎞/ℓ였다.

하지만 다소 부족한 출력으로 인해 ‘무늬만 스포츠 쿠페’라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던 점이 아쉬웠다. 170마력 엔진으로 이 차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시로코 R라인보다 카마로가 매력적인 이유는 엔진 성능에서 찾을 수 있다.
[시승기]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vs쉐보래 카마로…실용성과 존재감의 대결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 닷지 챌린저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머슬카 삼형제다. 길고 넓은 보닛과 강한 직선으로 이뤄진 볼륨감 있는 디자인은 남성미를 한껏 뽐냈다. 이 디자인은 이미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장과 전폭은 시로코 R라인을 압도한다. 그러면서 전고는 시로코 R라인보다 낮아 스포츠카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오일 압력과 오일 온도 등을 보여주는 계기판도 스포티한 인상을 남긴다. 출력 면에서도 312마력짜리 6기통 엔진은 나즈막하면서도 풍부한 배기음으로 도로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헤드업디스플레이로 쉽게 속도를 알 수 있었다. 마음껏 밟았음에도 실제 연비는 리터당 6~7㎞를 유지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시승기]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vs쉐보래 카마로…실용성과 존재감의 대결
차량 가격도 4700만원으로 시로코 R라인보다 480만원 비싸다. 하지만 날랜 움직임보다 묵직한 무게감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카마로를 고민할 만 하다. 후륜구동 특유의 드라이빙 펀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시로코의 디자인도 우수하지만 검은색 큰 덩치의 자동차가 황금보타이를 반짝이며 도로를 달리는 카마로의 모습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