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불필요한 옵션(편의사양)을 빼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동일한 모델이라도 옵션 차등을 둔 등급(트림)을 예전보다 늘리는 추세다. 수입차 회사들이 가격 분포도를 폭넓게 잡아 수입차를 타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입차 '실속' 선언…옵션 줄이고 값 낮춘다
◆“고급 옵션 필요없다” 보급형 ‘러시’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달부터 배기량 2000㏄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티구안 2.0 TDI 라인업의 보급형(컴포트 등급)을 추가했다. 종전 4000만원대로 팔리던 티구안이지만 파노라마 선루프, 주차보조장치, 앞좌석 파크파일럿(주차센서 기능) 등 일부 옵션을 빼면서 차값을 3000만원대로 낮췄다. 티구안 보급형은 3790만원으로 이전보다 660만원 싸졌다.

한국도요타는 지난달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등급을 3가지로 늘렸다. 작년까지 한 가지(3790만원)만 팔았지만 모델 가짓수를 다양화해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고급형 프리우스S(4120만원)는 국내 수입차 최초로 선루프 뒷부분에 태양열 집열판을 부착한 ‘솔라 패널’(전력 소모 없이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탑재해 가격이 올랐다.

반대로 저가형 프리우스E는 기존의 실내 가죽시트를 직물시트로 바꾸고 내비게이션과 자동주차보조장치(IPA)를 빼면서 3130만원으로 낮아졌다.

BMW의 소형 브랜드 미니(MINI)는 올 초 디젤 모델을 한국에 처음 출시하면서 가격을 3290만원까지 낮췄다. 작년까지 가장 싼 미니 쿠퍼는 3580만원이었다. 등급별 가격도 3가지(3290만원·3830만원·4160만원)로 세분화했다. 미니를 수입·판매하는 BMW코리아는 올해 미니 전체 판매 비중 가운데 디젤만 30~40% 정도 팔 계획을 세웠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고급 옵션이 필요없는 고객들은 그동안 선택의 여지 없이 옵션이 포함된 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며 “등급이 다양화되면 업체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수입차를 타길 원하는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 모델 편의기능 차등… 옵션 값만 ‘1000만원’

수입차 '실속' 선언…옵션 줄이고 값 낮춘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출시한 신형 3시리즈 320d를 라인 모델(모던·스포츠·럭셔리)을 포함, 총 5가지로 내놨다. 차값은 옵션에 따라 최저 4500만원부터 최대 5650만원이다. 동일한 320d 모델 간 가격 차가 1150만원. 라인 등급은 하만&카돈 스피커, 서라운드 뷰 카메라,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고급 옵션을 추가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 2.0 TDI의 등급을 3가지로 나누면서 새롭게 선보인 최고급형 R-라인(4790만원)과 보급형의 가격 차이는 1000만원에 달한다. 렉서스는 4세대 GS시리즈 중 GS350을 2가지 등급으로 출시했다. 외관상 같은 모델이지만 편의장치와 신기술 적용 여부에 따라 1000만원 차이가 난다.

수프리메(supreme) 등급은 6580만원,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등급은 7580만원이다. 도요타는 엔진 다운사이징(배기량 줄이고 성능 유지하는 기술)을 선보인 GS250을 새롭게 내놓고 소비자들이 5000만원대(5980만원) 가격으로 GS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좀 더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원하는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성능 버전 ‘GS F SPORT’도 추가해 7780만원에 팔고 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