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거리의 경제학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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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일자리 집중된 서비스산업
영세업종 관심갖는 정책 강화해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
영세업종 관심갖는 정책 강화해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
직장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긴 후부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인들을 만나 BMW-T형(버스, 전철, 걷기, 가끔 택시)으로 차를 바꿨다고 하면 다들 ‘그 비싼 차를’ 하다가 내 운동화를 보고 웃는다. 이 신차모형은 건강에도 좋지만 다른 쪽으로도 쓸모가 많다. 버스와 전철, 택시를 번갈아 타고 다니다 보면 경제의 흐름이 저절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철역에서 내려 연구실까지 가는 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를 보면서 발견해낸 현상 중 하나는 넘쳐나는 인파 속에서 가게는 항상 성업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은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특히 간판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달았던 가게 주인은 더 자주 바뀐다. 외관이나 인테리어를 멋있게 한 가게가 장사도 잘될 것 같은데 왜일까.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궤적을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도 같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1963년 25.8%에서 현재 70%까지 높아졌다. 반면에 제조업 고용비중은 7.9% 수준에서 시작, 산업화가 끝나는 1989년 28%에 달한 후 최근 16%대까지 감소했다. 이 정도의 서비스업 고용비중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도 아니지만 크게 낮은 수준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화두인 일자리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 발전에서 찾자는 논의가 많다. 국내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것은 맞는 말이나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자리 창출 문제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경제상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풍부한 저숙련 노동력을 바탕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전했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중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숙련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1980년대 말 이후 정보통신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전하면서 더욱 숙련된 노동수요가 늘어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교육수준이나 경험 등 개인적 차이에 따라 같은 근로자들 간에도 임금격차가 확대되면서 분배문제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값싼 중국 제품이 밀려오면서 저부가가치 제조업 위주의 노동집약산업은 급속히 붕괴됐고 이때 퇴출된 노동력이 생계형 서비스업의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났다.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다.
최단기간에 산업화를 완성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처럼 산업화과정에서 생활수준이 향상돼 자연스럽게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서비스업종의 임금이 상승하는 단계를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 서비스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서비스업 고용증가로 이어지긴 했지만 도태된 취업자를 흡수하는 역할에 그친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정책’, 현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정책’ 모두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간판이나 화려하게 다는 데 그치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존 그리샴의 소설 중 《거리의 변호사(The street lawyer)》가 생각난다.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는 젊은 변호사가 자기가 일하는 법률회사 빌딩에서 노숙자가 벌인 인질극의 대상이 되고 난 뒤 거리에 사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통쾌하게 이기는 내용이다. 그리샴의 다른 소설처럼 스릴도 긴박함도 반전도 없지만 담백하게 노숙자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그들을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상황에서도 거리의 경제학자가 나와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한 결말은 나오기 어렵다. 10년간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서비스업의 해결책은 내수시장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 경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FTA로 경제영토를 늘려야만 하는 숙명적 이유다. 또한 잘나가는 대기업보다는 생산성이 정체돼 있고 사회적 약자들이 몰려 있는 영세서비스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는 거리의 경제학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진정한 복지국가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그렇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1963년 25.8%에서 현재 70%까지 높아졌다. 반면에 제조업 고용비중은 7.9% 수준에서 시작, 산업화가 끝나는 1989년 28%에 달한 후 최근 16%대까지 감소했다. 이 정도의 서비스업 고용비중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도 아니지만 크게 낮은 수준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화두인 일자리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 발전에서 찾자는 논의가 많다. 국내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것은 맞는 말이나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자리 창출 문제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경제상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풍부한 저숙련 노동력을 바탕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전했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중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숙련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1980년대 말 이후 정보통신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전하면서 더욱 숙련된 노동수요가 늘어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교육수준이나 경험 등 개인적 차이에 따라 같은 근로자들 간에도 임금격차가 확대되면서 분배문제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값싼 중국 제품이 밀려오면서 저부가가치 제조업 위주의 노동집약산업은 급속히 붕괴됐고 이때 퇴출된 노동력이 생계형 서비스업의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났다.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다.
최단기간에 산업화를 완성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처럼 산업화과정에서 생활수준이 향상돼 자연스럽게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서비스업종의 임금이 상승하는 단계를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 서비스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서비스업 고용증가로 이어지긴 했지만 도태된 취업자를 흡수하는 역할에 그친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정책’, 현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정책’ 모두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간판이나 화려하게 다는 데 그치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존 그리샴의 소설 중 《거리의 변호사(The street lawyer)》가 생각난다.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는 젊은 변호사가 자기가 일하는 법률회사 빌딩에서 노숙자가 벌인 인질극의 대상이 되고 난 뒤 거리에 사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통쾌하게 이기는 내용이다. 그리샴의 다른 소설처럼 스릴도 긴박함도 반전도 없지만 담백하게 노숙자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그들을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상황에서도 거리의 경제학자가 나와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한 결말은 나오기 어렵다. 10년간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서비스업의 해결책은 내수시장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 경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FTA로 경제영토를 늘려야만 하는 숙명적 이유다. 또한 잘나가는 대기업보다는 생산성이 정체돼 있고 사회적 약자들이 몰려 있는 영세서비스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는 거리의 경제학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진정한 복지국가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그렇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