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감자(減資·자본감소)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재상장 계획은 잡혀 있습니까.”(소액주주)

“감자는 필요한 상황입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해 신규투자 유치와 함께 추진할 방침입니다. 재상장은 내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

23일 팬택 김포공장 1층 직원식당에서 열린 주주총회 직후 박 부회장은 초로의 노신사와 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총이 끝난 뒤 소액주주들에게 경영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였다.

박 부회장은 이날 점심 식사도 주주들과 함께했다. 팬택 관계자는 “주총 때마다 소액주주들과 따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팬택이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회사의 향방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여느 주총과 달리 차분한 어조로 팬택 상황에 대해 물었다.

◆“휴대폰 업체들 일부 정리될 것”

팬택의 경영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주총에서 발표한 지난해 매출은 3조108억원, 영업이익은 1182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44.9%, 40.7% 늘어난 수치다. 해외 수출도 2010년 1조98억원에서 지난해 1조5727억원으로 5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업계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나쁘게 봤다. 박 부회장은 “휴대폰 업체 간 경쟁이 지금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께 죽음 직전까지 가는 휴대폰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지난해 10월 아이폰4S를 내놓으면서 점유율을 10%가량 끌어올렸다”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나머지 업체들이 경쟁해서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업체는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은 내실경영”이라고 강조했다. 무선통신용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를 통합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고급형 신형 스마트폰을 4월 말께 내놓을 계획이다.

이준우 사업총괄 부사장은 “하반기에는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내놓고 해외에도 프리미엄급 제품을 선보이는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팬택은 현재 4% 수준인 영업이익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매출도 전년 대비 15%가량 늘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내년 외부투자 유치하겠다”

팬택은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은행들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은행이 갖고 있는 지분을 되사들이기보다는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프레시 머니(fresh money)가 들어와야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 업계의 경쟁 구도가 정리되면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팬택은 전문적인 경영진 집단이 형성되는 시점에 있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계속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회사의 소유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재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전체 주식의 10%가량인 1억6400만주를 은행으로부터 사들일 수 있는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행사 가격은 600원으로 현재 340원 정도인 장외시장 주가보다 76%가량 높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