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주가 1974년 이후 가장 싸…'절호의 찬스' 왔다"
“채권과 작별하고(long good bye), 주식을 사라(long good buy).” 골드만삭스가 앞으로 수년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올 들어 다우지수 등이 많이 올랐지만 다른 투자 대상과 비교하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여전히 1974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주가 상승과 함께 미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위기 이후 4년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주택시장이 경제 회복에 기여할 만큼 생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수십년 만에 찾아온 투자 기회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주식전략가는 21일(현지시간) 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놨다. 핵심 메시지는 “3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주식 매수의 기회”라는 것. 주식을 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싸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로 지난 10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이 엄청나게 평가절하(de-rating)됐다”고 강조했다.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4년 이후 가장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신흥국이 경제성장으로 벌어들인 잉여자금이 대거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수십년간 채권값은 크게 올랐다”며 “채권에 비해 주식은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안전자산인 금값과 비교해도 싸다. 골드만삭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00년대 초 금값의 5배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최근 0.6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 배당수익률이 채권 수익률을 웃돌고 있는 것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주식 투자가 위험하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정책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 대해 “신흥국은 재정이 탄탄해 경기부양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경기부양이 어려우면 신흥국들이 이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불안한 경제 여건 때문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가 노후화돼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재고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주장이다.

오펜하이머는 20여년간 HSBC, 골드만삭스 등에서 글로벌 주식시장 전략을 담당해왔다. 현재 런던정경대 투자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주택 경기도 살아나

미국 주택 경기 회복도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제 회복의 마지막 관문으로 불리는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경제의 3대 축(고용 소비 주택)이 모두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WSJ는 최근 3분기 동안 주택 건설, 리노베이션 등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부동산 부문은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집값이 충분히 하락했다는 판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택 판매와 신규주택 건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2월 기존주택 판매는 1월에 비해 0.9%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8.8% 증가했다. 1~2월을 합치면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플로리다와 중서부,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정점에 비해 집값이 3분의 1이나 싸진 데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뉴욕=유창재 특파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