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0일 오전 7시44분 보도

코오롱그룹 계열사들이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대주주의 지분 매각 없이 신주 모집 방식만 고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주 모집 상장으로 투자 여력을 확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코오롱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신주 300만주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400억원 규모의 공모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오는 27~28일 청약을 실시하고 다음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지분 100%(600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에 구주 매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600만주를 유지하고 지분율만 66.7%로 떨어진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주주의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반면 신주 모집의 경우 새로 주식을 발행하므로 공모 자금이 회사의 자본금으로 쌓이게 된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구주 매출 없이 신주 모집만으로 공모를 진행하기 때문에 공모자금이 대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가지 않고 고스란히 회사로 유입된다고 할 수 있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이번 공모자금을 원사 설비 고도화, 나노섬유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IPO는 지난달 상장한 동종업종 휴비스와 대조된다. 휴비스는 구주 매출과 신주 모집 비율을 2 대 1로 결정했다. 공모금액 2000억원 중 600억원만 회사에 유입됐고 나머지는 대주주인 SK신텍과 삼양홀딩스가 가져갔다.

코오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구주 매출 없이 신주 발행으로만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코오롱플라스틱은 신주만 870만주를 모집했다. 공모금액 374억원 전액이 설비 투자에 쓰여졌다.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코오롱생명과학도 72만주를 신주 모집으로 공모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회사를 상장할 땐 구주 매출 없이 신주 모집만 선택하고 있다”며 “IPO의 목적이 대주주의 자금 회수가 아니라 자회사의 성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신주 모집을 하면 회사로 직접 자금이 들어와 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 방식의 공모주에 매력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