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유로존 재정위기가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유로존 당국은 재정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두텁게 쌓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20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몇 개월 사이 유로존 재정위기가 완화됐다”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도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권 자금조달 규제 완화, 그리스 정부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의 자구 노력,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새로운 재정긴축 협정 등에 힘입어 위기가 완화됐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초래할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던 그였다.

버냉키 의장은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며 “유럽 금융시스템이 보다 강화돼야 하고,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벽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현재 미국 머니마켓펀드(MMF)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물(국채 등)은 약 35%에 달해 구조적으로 위험하다”면서 “유로존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 시장을 안정시킬 통화정책 수단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미 CN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등 단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아주 좋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조지워싱턴대에서 가진 강의를 통해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Fed의 역사와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면서 “대공황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경제 회복을 돕는 정책을 너무 빨리 거둬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다가 다시 두 차례 침체를 겪은 것은 Fed가 조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