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도리 "건축물·폐허공간에 녹아든 영혼을 찍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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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초청으로 국내 첫 개인전 펼치는 건축사진 대가 폴리도리
“건축물 속에 녹아 있는 영혼을 잡아내는 사진에 흥미를 느낍니다. 집이나 건축물을 찍다보면 사람들의 성격이나 문화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거든요. 건축 공간은 살아 있는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퇴적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청담동 제일모직의 복합문화 공간 꼬르소꼬모에서 국내 첫 작품전을 펼치고 있는 건축사진 거장 로버트 폴리도리(61). 그는 “부처님이 모든 것은 소멸된다고 말했듯 사람이 죽어 소멸되는 것과 사는 것은 같은 이치”라며 “새로운 건축물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지만 오래된 곳에는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195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폴리도리는 다양한 건축 공간을 비롯해 체르노빌 사태, 베이루트 전쟁의 상흔,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으로 방치된 폐허 공간을 사진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작가. 사진 속에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인류의 쓰라린 과거와 삶의 자취들을 포착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1998년 건축사진 보도상 ‘월드 프레스 어워드’, 1999년과 2000년 매거진 포토그래픽상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 어워드’를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명품 가방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광고를 찍어 더 유명해졌다.
골동품처럼 주름 상자가 달린 구식 카메라를 사용하는 그는 “옛날에는 큰 카메라를 썼지만 지금은 작고 해상도가 높은 뷰 카메라로 구도를 잡을 때 질감이 잘 나온다”고 말했다.
“가장 클래식한 방법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그 속의 패러독스를 끌어내려 노력하지요. 저에게 카메라 암상자가 중요한 것은 건축 공간의 표현을 수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구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촬영한 결과물들을 디지털화해 합성한다”며 “순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관찰한 후 여러 각도에서 찍어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하기 때문에 포토 저널리스트와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5년부터 28년간 베르사유 궁전의 복원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2009년에는 베르사유 궁전 복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드러낸 3권짜리 사진집을 발간해 미술과 건축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베르사유 궁전은 패션이 바뀌듯 계속 달라져 왔어요. 낡고 유서 깊은 궁전을 오래오래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기법으로 복원하는데 개인의 집을 취미에 따라 리모델링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가 포착한 폐허 역시 처연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대표작 ‘하바나’는 호화로웠던 스페인 식민시대의 집들이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통해 화려한 과거의 이면을 강조한다. 1986년 참혹한 원전 사고로 시간이 멈춰버린 체르노빌의 모습,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파괴의 현장 등은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지금은 도시 작업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20년 동안 폐허 공간을 찍어서인지 이제 좀 더 모던한 걸 찍고 싶어요. 한국에서 민화로 표현한 병풍을 봤는데 제 사진과 비슷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병풍들이 모양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더군요. 아마 그 나라 국민의 성격을 반영했기 때문일 겁니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지만 힌두교와 불교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동양 종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방향을 제시해주고 이전 삶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며 “한 화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동양화에 특히 끌린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패션업계의 ‘대모’이자 갤러리스트인 카를라 소차니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작업한 그의 대표작 53점을 만날 수 있다. 내달 30일까지. (02)3018-101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 청담동 제일모직의 복합문화 공간 꼬르소꼬모에서 국내 첫 작품전을 펼치고 있는 건축사진 거장 로버트 폴리도리(61). 그는 “부처님이 모든 것은 소멸된다고 말했듯 사람이 죽어 소멸되는 것과 사는 것은 같은 이치”라며 “새로운 건축물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지만 오래된 곳에는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195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폴리도리는 다양한 건축 공간을 비롯해 체르노빌 사태, 베이루트 전쟁의 상흔,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으로 방치된 폐허 공간을 사진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작가. 사진 속에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인류의 쓰라린 과거와 삶의 자취들을 포착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1998년 건축사진 보도상 ‘월드 프레스 어워드’, 1999년과 2000년 매거진 포토그래픽상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 어워드’를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명품 가방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광고를 찍어 더 유명해졌다.
골동품처럼 주름 상자가 달린 구식 카메라를 사용하는 그는 “옛날에는 큰 카메라를 썼지만 지금은 작고 해상도가 높은 뷰 카메라로 구도를 잡을 때 질감이 잘 나온다”고 말했다.
“가장 클래식한 방법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그 속의 패러독스를 끌어내려 노력하지요. 저에게 카메라 암상자가 중요한 것은 건축 공간의 표현을 수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구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촬영한 결과물들을 디지털화해 합성한다”며 “순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관찰한 후 여러 각도에서 찍어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하기 때문에 포토 저널리스트와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5년부터 28년간 베르사유 궁전의 복원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2009년에는 베르사유 궁전 복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드러낸 3권짜리 사진집을 발간해 미술과 건축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베르사유 궁전은 패션이 바뀌듯 계속 달라져 왔어요. 낡고 유서 깊은 궁전을 오래오래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기법으로 복원하는데 개인의 집을 취미에 따라 리모델링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가 포착한 폐허 역시 처연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대표작 ‘하바나’는 호화로웠던 스페인 식민시대의 집들이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통해 화려한 과거의 이면을 강조한다. 1986년 참혹한 원전 사고로 시간이 멈춰버린 체르노빌의 모습,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파괴의 현장 등은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지금은 도시 작업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20년 동안 폐허 공간을 찍어서인지 이제 좀 더 모던한 걸 찍고 싶어요. 한국에서 민화로 표현한 병풍을 봤는데 제 사진과 비슷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병풍들이 모양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더군요. 아마 그 나라 국민의 성격을 반영했기 때문일 겁니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지만 힌두교와 불교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동양 종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방향을 제시해주고 이전 삶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며 “한 화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동양화에 특히 끌린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패션업계의 ‘대모’이자 갤러리스트인 카를라 소차니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작업한 그의 대표작 53점을 만날 수 있다. 내달 30일까지. (02)3018-101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