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정교하게 만들어서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모르겠는데요?” 지난 16일 새벽 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동대문 근처에 있는 한 쇼핑몰 사무실을 급습했다. 수백억원대 ‘짝퉁’ 명품 가방을 유통시킨 곳이었다.

수사팀과 동행한 샤넬 본사 직원 A씨는 시가 219만원짜리 샤넬 ‘깜봉 핸드백’ 짝퉁을 본 뒤 “진짜와 거의 똑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샤넬·루이비통 등 시가 350억원대 ‘A급 짝퉁’ 가방을 팔아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위조한 해외 명품 가방을 동대문 일대와 지방에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김모씨(29)를 구속하고, 물품배달을 맡은 이모씨(30)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가방을 만든 최모씨(36)는 수배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위조명품 가방을 사들여 동대문 일대 쇼핑몰과 주변 소매상들에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일당은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위조명품 가방 2000여점을 비치, 인근 상인과 부산·광주 등 지방 소매점에 가방을 팔았다.

200여만원이 넘는 가방을 10분의 1 가격인 20만원에 넘기는 식이었다. 이들은 퀵서비스와 물류보관소를 통해 짝퉁가방을 유통시켰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대포전화를 사용하고 가명으로 활동했으며 계좌 추적을 피해 현금 결제로 거래했다.

휴대폰 번호를 한 달에 다섯 차례나 바꾸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위조명품 가방을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소매 상인들도 수사할 계획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