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삼성의 롤모델 스웨덴 발렌베리家 만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최고운영책임자·COO)이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을 이끄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실다은행(SEB) 회장 및 발렌베리가(家) 기업의 경영진 일행과 19일 저녁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렌베리가는 삼성이 한때 지배구조 등을 벤치 마킹하려던 곳이다. 재계에선 한국 사회에서 오너경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이 발렌베리 회장에게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조언을 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만찬에 삼성카드 최치훈 사장과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자리를 같이해 금융사업을 비롯한 포괄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발렌베리 회장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SEB 연차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키스 매클로플린 일렉트로룩스 최고경영자(CEO),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CEO 등 60여명의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방한했다.

◆이재용과 발렌베리 회동, 왜

이재용 사장, 삼성의 롤모델 스웨덴 발렌베리家 만나다
1856년 엔실다은행으로 출발한 발렌베리가는 150여년간 5대에 걸친 가족승계에도 불구, 국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존경받는 가족경영기업의 표본이자 스웨덴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은 발렌베리가 경영을 한때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려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3년 직접 이 사장(당시 전무)과 함께 발렌베리 가문을 찾기도 했고 이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을 현지에 파견해 지배구조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이자 가족경영의 모범 모델인 발렌베리가는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난데없이 불거진 상속재산소송 등으로 안팎으로 복잡한 이 사장이 조언을 구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B 연차 콘퍼런스를 한국 신라호텔에 처음 유치하는 데 이 사장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발렌베리 가문과 친분이 두터운 이 사장이 발렌베리 회장 일행이 한국을 찾자 저녁을 함께하는 것일 뿐”이라며 “회사 차원의 공식 행사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발렌베리 경영진이 한국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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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회째를 맞는 ‘SEB 콘퍼런스’는 발렌베리그룹 경영진이 매년 주요 국가를 돌며 시장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여는 행사로 아시아에선 일본, 중국 등에서 열렸다.

콘퍼런스 일정을 조율한 관계자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궁금해하는 발렌베리가 경영진이 많아 한국에서 처음 포럼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경제·교육은 물론 산업 현황, 북한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주소를 제대로 소개할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오석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과 서남표 KAIST 총장, 이홍구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EAI·전 총리), 사공일 전 무역협회장, 류진 풍산 회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최고 전문가들을 연사로 초청한 이유다.

촘촘히 짜여진 시간표대로 진행된 콘퍼런스에서 발렌베리가 기업인들은 한국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기업 규제 동향과 글로벌 인재 수급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어떻게 단기간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는지도 궁금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선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유일하게 연사로 나섰다. 한 관계자는 “GE 사장을 지낸 데다 삼성이라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금융,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점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라며 “삼성과 발렌베리 측이 금융 분야 협력을 모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이유정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