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영국, 공무원 임금 깎고 고속道 운영권 판다
영국이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감세와 공무원 임금 감축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고속도로 운영권 등을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사진)이 오는 21일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며 이 같은 방안을 함께 제시할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현행 50%에서 2013년 4월부터 45%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부는 다시 세율을 40%까지 점진적으로 낮출 예정이다.

야당인 노동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인 보수당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이 찬성하고 있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사람 숫자는 전체 영국 인구 중 1% 정도로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15만파운드(2억6700만원)다.

오즈번 장관은 세율을 높이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는 ‘증세의 역설’ 이론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세율을 낮추면 탈세가 줄고 투자가 늘어 세수가 증가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영국의 높은 세율이 기업과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려놓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의회에서 할 예정이다.

오즈번 장관은 공무원 임금을 자신이 일하는 지역의 경제 상황과 연동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해당 지역 경기가 좋으면 봉급을 많이 주고 반대면 급여를 깎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통계청이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이 일반 기업보다 7.8% 높다고 발표한 뒤 나온 조치다. 가디언은 웨일스 지방의 경우 공무원 임금이 18%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국의 고속도로 운영권 등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디언은 영국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운영권이 중국 등 해외 국부펀드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영국 투자은행 NM로스차일드는 고속도로 민영화로 정부가 1000억파운드(178조원)가량을 유치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영국은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조파운드를 돌파하는 등 빚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4일 영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