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조건 맘대로 바꾸고
일방적 개통 취소 잇따라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 가격 담합 혐의로 제조사와 통신사에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현실적으로 휴대폰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반 소비자 중에는 휴대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10%, 20% 싸게 판다는 온라인 쇼핑몰로 가는 소비자가 매달 1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라고 항상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싼 가격에 혹했다가 제품이 오지 않거나 가입이 취소되는가 하면,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보다 비싸게 사는 등의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말바꾸기 끼워팔기 다반사
게임업체에 근무하는 박모씨는 최근 한 온라인 휴대폰 판매 사이트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를 구매했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시가보다 20% 싼 가격에 샀다는 기쁨도 잠시, 이틀이 지나도 제품이 도착하지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개통이 취소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업체는 통신사 대리점에 재고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개통이 취소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가격에 있었다. 통신사 대리점이 그 가격에는 제품을 줄 수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업체가 재고와 가격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제품을 파는 바람에 취소를 당한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에 따르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휴대폰을 구매했다가 배송이 이뤄지지 않아 낭패를 당하는 경우는 매달 수백건에 달한다. 박씨는 해명이라도 들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 설명도 없이 개통이 취소된다고 한다.
가장 많은 피해 사례는 자신도 모르게 구매 조건이 변경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신청하지도 않은 벨소리 등의 부가서비스가 포함돼 있거나 특정 콘텐츠를 매달 의무적으로 구매하게끔 설정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자신은 신청한 적도 없는 요금이 꼬박꼬박 나가게 된다. 요금 고지서를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그대로 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걸 못 보고 10% 싸게 샀다고 좋아하다간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개인 정보 악용 우려
개인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한 온라인 판매 사이트는 판매 취소 안내문을 올리면서 “모든 개인 정보는 즉시 파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판매점이 원천적으로 고객 개인 정보를 가질 수 없음을 지적했다. 즉 처음부터 가질 수 없는 개인 정보를 파기했다는 점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질 수 없는 개인 정보를 파기한다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불법적인 방식으로 가입신청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터넷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는 경우도 공식 휴대폰 가입 신청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잦은 것은 휴대폰 온라인 판매 사이트 대부분의 공급망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통신사와 직접 거래하는 곳은 거의 없고 대리점을 통해 임의로 물량을 받는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곳도 허다하다. 또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휴대폰 판매 계약을 했다가도 물량이 없으면 사이트를 내려버리는 경우도 많다.
국내 이통 3사는 온라인 거래의 이런 문제점 때문에 2010년부터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과 똑같이 운영하는 대신 각종 사은품 등을 내걸고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월 거래 건수는 이통 3사를 합쳐 전체 온라인 거래 10만건의 2%인 2000여건에 불과하다. 오프라인처럼 상담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가격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어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