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삼성, 공짜 점심 꿈 깨라"

지난 16일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지은 이석채 KT 회장이 경영 2기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요금 인하, 네트워크 분담금 등 통신업계 이슈와 관련해 삼성전자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거침없이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19일 KT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신을 넘어 콘텐츠 유통그룹으로 도약해 2015년까지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등 가상 공간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생태계를 구축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포부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 1기인 지난 3년 간 기술뿐 아니라 정보와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며 "앞으로는 그룹 내 정보통신(ICT) 역량을 집중해 앱과 콘텐츠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가상 상품'의 세상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T 그룹 내 자회사로 확보한 앤써즈, 유스트림 등 콘텐츠 회사와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경쟁력을 가진 넥스알, kt이노츠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T가 제시한 경영 목표보다 취임 2기에 들어선 이 회장의 직설 화법에 주목했다. 주위 반응을 개의치 않은 이 회장의 공격적인 발언은 최근 스마트TV 망 대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삼성전자를 향해 꽂혔다.

스마트TV 제조사와 콘텐츠 사업자 등으로부터 네트워크 분담금(망 관리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주파수는 전력과 같이 희소한 재원" 이라며 "투자가들의 돈과 직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나오는 이 재원을 특별한 기기가 있다며 맘대로 쓴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으면 스마트TV는 그냥 비싼 TV에 불과하다" 며 "외국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공짜로 쓰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10조 원 이상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비용이 투자돼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이에 대한 분담금 없이 KT 망을 이용해 스마트TV를 공급하는데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또 "공짜 점심은 없다" 며 "KT 방침은 스마트 시대의 편리함을 국민들이 원하는 때에 공평하게 쓸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동통신 요금인하 공략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통신요금은 3년 전보다 100분의 1수준으로 적어졌다" 며 "통신사가 요금을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값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사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단말기 가격을 외국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 국민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는데 왜 애꿎은 통신사들에 요금인하를 요구하냐는 것. 이 회장은 "일반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사면서 바가지를 엄청 쓴다" 며 "누가 어디서 단말기를 사든 똑같은 값에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며 "그런 환경에 정착되면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정말 싸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은 무리한 2세대(G) 가입자 종료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미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며 "2G 종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못박았다.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는 고객들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발전할 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는 설명이다. KT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2G 사용을 완전히 종료했다.

최근 비상경영계획을 선포한 것과 관련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투자 등 해야할 것이 많다" 며 "내부에서 비용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라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요금인하로 그 효과를 별로 못봤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노사가 함께 단합해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비상경영을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