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 전기·전자업체인 NEC가 대규모 감원에 이어 직원 임금까지 깎기로 결정했다. 일본 전자 대기업 가운데 일반 직원의 임금을 일괄 삭감하는 것은 2002년 히타치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NEC는 15일 일반 직원의 임금을 연말까지 4% 삭감하기로 하고 조만간 노동조합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회사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어서 사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관리직은 직급별로 5~7%씩 월급을 삭감하기로 올초 이미 결정한 상태다. NEC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1000억엔(1조3500억원) 규모 적자를 낼 전망이다.

NEC는 이와 함께 올초 발표했던 인원 구조조정 방안도 계획대로 밀어붙일 방침이다. NEC는 올해 안에 종업원 1만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전체 직원(11만명)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NEC는 2009년에도 2만명이 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샤프는 임금 삭감 대신 매년 실시하던 호봉승급을 일정 기간 동결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설 방침이다. 구체적인 승급 유보기간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확정한다. 올봄 임금협상을 앞두고 호봉승급 중지를 결정한 것은 일본 대기업 가운데 샤프가 처음이다. 샤프는 2011회계연도에 2900억엔(3조9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샤프는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최고경영진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신임 사장에는 해외사업을 담당하던 오쿠다 다카시 상무(58)를 임명했다. 가타야마 미키오 전임 사장은 대표권이 없는 회장 자리로 물러난다.

이로써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가전 ‘빅3’의 수장이 모두 50대로 물갈이됐다. 2011회계연도에 7800억엔(10조5000억원)이라는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낸 파나소닉은 지난달 말 쓰가 가즈히로 전무(55)를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쓰가 신임 사장은 6월 초 취임할 예정이다. 창업자를 제외하곤 최연소 사장이다. 소니도 다음달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51)이 최고경영자(CEO)로 승격한다. 소니 역사상 50대 초반의 CEO는 처음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