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바젤월드] 시계 명장의 혼이 '째깍째깍'…그대의 손목이 빛난다
매년 3월이 되면 전 세계 시계 마니아들의 눈과 귀는 스위스 바젤로 향한다. 글로벌 시계 메이커들이 지난 1년간 공들인 ‘작품’을 쏟아내는 ‘바젤월드’가 이 때 열리기 때문이다. 바젤월드는 전 세계 1800개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시계·보석 박람회. 8일 동안 박람회장을 방문한 관람객 수는 10만여명을 헤아린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40회 바젤월드’에도 주요 시계업체들이 ‘차세대 기대주’들을 들고 나왔다.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시계 브랜드인 로만손도 야심작으로 개발한 고급시계를 무대 위에 올렸다. 이들 업체가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시계들은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공수돼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게 된다.

동양인 겨냥한 시계 봇물

[2012바젤월드] 시계 명장의 혼이 '째깍째깍'…그대의 손목이 빛난다
올해 바젤월드에선 한국 중국 등 동양인을 겨냥한 시계들이 대거 출품됐다. 명품시계의 ‘블랙홀’로 떠오른 아시아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스위스시계 수입 ‘톱5’(홍콩, 미국,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중 3곳이 아시아 국가였다. 스위스 블랑팡은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바젤월드에서 ‘전통 중국 달력시계’를 내놓았다. 아라비아 숫자 및 로마 숫자와 함께 한자로 시간을 표시하고, 12시 방향에는 ‘올해의 띠’를 넣었다. 큼지막한 시계로 유명한 브라이틀링은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은 중국인을 겨냥해 다이얼(시계판) 크기를 축소한 모델을 선보였다. 베스트셀러인 크로노맷의 다이얼 직경은 47㎜에서 44㎜로, 벤틀리 바네토 라인은 49㎜에서 42㎜로 각각 줄였다.

점잖은 ‘클래식’이 대세

스타일 측면에선 점잖고 차분한 클래식 모델이 대세였다. 브랜드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클래식 모델을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였다. 쇼파드는 창업자인 루이 율리스 쇼파드가 만든 회중시계(포켓워치)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모델을 내놓았다. 6시 방향에 담은 자그마한 초침은 1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온 회중시계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여기에 길고 가느다란 금색 시곗바늘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완성시켰다.

크로노스위스는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줬던 ‘카이로스’ 라인에 크로노그래프(시간 속도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 기능을 추가한 신모델을 전시대에 올렸다. 6시 방향에 12시간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9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즈를 각각 넣었다. 또 12시 방향에는 30분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3시 방향에는 요일과 날짜 표시창을 각각 담았다. 롤렉스는 전통의 ‘오이스터’ 컬렉션에 이 브랜드 최초로 ‘애뉴얼 캘린더’(30, 31일로 끝나는 달을 인식해 자동으로 날짜를 맞추는 것) 기능을 담은 모델(스카이 드웰러)을 추가했다. 티쏘는 아예 1920년대 유행했던 회중시계를 내놓았다.

기술의 향연…시간당 720만번 진동

오메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라골드’를 베젤(테두리)에 적용한 신제품(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세라골드)을 선보였다. 세라골드는 세라믹과 금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해 만든 신소재다. 이 시계에는 역회전 방지 베젤(테두리), 헬륨 방출 밸브 등 전문 다이버에게 필요한 기능이 모두 담겨있다.

태그호이어는 시간당 720만번 진동하는 컨셉트 시계를 선보여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2000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간당 진동수가 이렇게 많은 시계는 과거엔 없었다. 진동수가 높을수록 시계는 보다 정확해진다. 해리윈스턴은 시간과 분을 나타내는 시곗바늘 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시간을 읽는 ‘오퍼스 12’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브라이틀링과 위블로는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장착한 모델을 내놓았다. 2009년 첫 번째 자사 무브먼트(칼리버 01)를 선보인 브라이틀링은 지난해 ‘칼리버 04’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2개(칼리버 02, 칼리버 05)를 추가로 출품했다. 칼리버 02를 탑재한 ‘내비타이머 코스모넛’과 칼리버 05가 장착된 ‘트랜스오션 크로노그래프 유니타임’이 주인공이다. 위블로는 4군데 지역 시간을 보여주는 ‘킹파워 유니코 GMT’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클래식 퓨전 엑스트라 씬 스켈레톤’에 자사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바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