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가능성 높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인트레이드(intrade)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요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놓고 흥미로운 거래가 벌어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하면 1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판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권리의 가격은 올라간다. 권리의 가격에 따라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인트레이드와 같은 곳을 ‘예측시장’이라고 한다. 예측시장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구축된 가상 시장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권리를 사고팔면서 권리의 가격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한다. ‘오바마 재선 시 1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가격이 높을수록 오바마 재선을 점치는 사람이 많고, 재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측시장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1900년대 초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시장이 열렸고, 신문사들은 예측시장의 현황을 바탕으로 선거 결과를 점치는 기사를 실었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온라인 예측시장이 등장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량 분석 등 기존 기법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예측시장의 장점이다. 예측시장의 정확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휴렛팩커드가 예측시장을 통해 D램 가격을 예측한 결과 전문가 20명의 회의를 통한 예측보다 정확도가 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참가자들은 자신의 예측이 맞아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정보와 지식을 동원해 거래에 나선다. 그만큼 예측시장의 결과가 들어맞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거 결과나 개봉을 앞둔 영화 관객 수가 예측시장의 주요 주제였다. 최근에는 신제품 개발이나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예측시장을 활용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전자제품 소매 체인인 베스트바이는 예측시장 결과를 반영해 중국 시장 진출 시기를 결정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는 생물학자, 판매사원 등 각 부문 임직원 50여명으로 예측시장을 구성,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신약에 집중 투자한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때도 예측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IBM은 지역사회 구성원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예측시장을 열어 그 결과를 사회공헌 활동에 반영했다.

예측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시장에 참여시키고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내에서 예측시장을 운영할 때는 친밀도가 낮은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참여자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할수록 예측시장의 정확도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측시장을 적절히 활용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한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힌트를 얻어 보자.

전상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angin.chu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