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용감한 형제' 되나
국내 주식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해외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게 주가도 한 단계 ‘레벨업’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1분기 실적 추정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현재 주가를 비싸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13일 동반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지수는 22.54포인트(1.13%) 오른 2025.04에 마감했다.

◆해외 헤지펀드 “삼성전자 안 비싸다”

삼성전자는 이날 1만1000원(0.91%) 오른 12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조정을 받는 중에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들어서만 2일과 9일 두 차례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가총액은 1584억7000만달러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IBM 구글에 이은 세계 정보기술(IT)업계 5위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으로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지난 12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3배로 애플의 12.9배에 못 미친다. MS는 11.9배, IBM은 13.5배다. 구글의 PER은 14.2배에 달한다. 삼성이 애플 수준의 PER로 평가받는다면 지금보다 25.2% 상승, 153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진성혜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가전부터 모바일, 반도체와 부품 등 IT 전 영역에 걸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삼성전자뿐”이라며 “PER 12배까지는 오를 수 있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헤지펀드 중 삼성전자를 추가 매수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120만원대 주가가 비싸다고 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연초 부진으로 저평가 매력

현대차는 8000원(3.71%) 오른 22만3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는 엔화 약세 등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20만~22만원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국내외 판매 호조를 발판으로 이날까지 사흘 연속 상승, 본격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연초 주가 부진으로 현대차의 PER은 해외 경쟁사에 비해 낮아졌다. 12일 기준 현대차의 PER은 6.5배로 포드(8.4) 폭스바겐(6.8) GM(6.7)보다 낮다. 도요타는 지난해 대지진 영향으로 이익이 급감하면서 PER이 41.4배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 전 세계 자동차업계 6위였던 현대차의 시가총액 순위도 혼다 닛산 등에 차례로 밀려 8위로 내려앉았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차의 지난달 유럽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주가도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 증가율은 17.5%로 도요타(12.4%) 닛산(15.5%) 등 일본 업체보다 높았다”며 “엔화 약세 등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기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되고 있는 점도 주가 레벨업 가능성을 높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는 4조6827억원으로 한 달 전인 2월10일(4조5493억원)보다 2.9%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도 2조90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0.35% 늘었다.

유승호/송종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