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벤치마킹하라.”

식품 완구 등 일본 소비재 생산업체들이 방송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제품에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이디어는 한국에서 따왔다. 드라마 등 한류 붐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일본 콘텐츠 회사와 소비재 기업 간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두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경우 해외 시장 진입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12일 ‘재팬 브랜드 구축’이라는 주제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방송사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제작사, 프로스포츠협회 등 콘텐츠 기업 15개사와 도시바 일본항공 등 일반 제조 및 서비스업체들이 참여해 여러 가지 해외 공동 진출 방향을 모색했다.

일본 최대 민영 방송사인 후지TV는 내년부터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5개국 방송사와 공동으로 제작·방영하는 ‘요리의 철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소비재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본 기업이 생산한 조리기구와 식료품 등을 선보이고, 요리책 발간과 요리교실 개최 등의 부가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일본 프로축구협회인 ‘J리그’도 일본 기업과의 연계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부터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J리그 경기를 생중계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프로축구 중계방송에 할당된 광고 시간 중 일부를 확보해 일본 외식업체와 편의점 등에 할애하고, 아동용 과자류에 축구선수 소개 카드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세가토이즈는 완구업체와 손잡았다. 미국과 아시아에 방영되고 있는 아동용 만화영화 ‘파브&모지즈’의 주인공 캐릭터를 다양한 장난감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연예기획사인 ‘백스테이지프로젝트’는 소속 가수들의 해외 공연에 일본 의류 및 식품업체 제품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첨가할 계획이다.

일본 콘텐츠업체들은 자국 소비재 업체들과 힘을 합쳐 공동 마케팅을 펼칠 경우 콘텐츠 판매액 자체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일본 콘텐츠의 해외 판매액은 7000억엔 규모. 2020년까지 2조~3조엔으로 늘릴 계획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