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헤지펀드 시장이 활짝 열려 강남 부자들을 중심으로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헤지펀드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상품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1900년대 초 등장한 역사가 깊은 상품이다. 헤지펀드는 그 특성상 다양한 운용기법을 구사해 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이란 오해를 받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헤지펀드는 '고위험·고수익'?…그건 오해!

○헤지펀드는 대체투자의 일종

통상 투자는 투자 대상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원자재,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로 분류할 수 있다. 헤지펀드는 대체투자 중에서도 근대적 대체투자(modern alternative investment)에 속한다.

헤지펀드는 코스피지수 등 벤치마크를 추종해 목표 수익률을 정하는 펀드와 달리 절대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중위험·중수익을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는 차입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극대화한다.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파생상품 등 광범위한 투자 대상에 포지션을 보유하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는 일반 펀드와 달리 미리 정해진 월별 또는 분기별 일정에 따라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또 통상 1~2%의 운용보수와 10~20%의 성과보수를 받는 것도 일반 펀드와 다른 점이다. 사모 형태로 모집하며 개인 고액자산가와 기관투자가가 주된 투자자다.

해외에서 헤지펀드는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시장 하락으로 90% 이상이 사라졌다가 파생상품 탄생과 함께 1980년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재등장해 1990년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장 하락으로 주식형 펀드가 타격을 받으면서 헤지펀드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용 중인 헤지펀드의 규모는 2조5000억달러를 넘고, 펀드 수는 950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헤지펀드 시장은 2000년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자산 규모로 보면 2009년 2001년보다 5배 이상 커졌다.

○주식 등 전통적 자산군과 연동성 낮아

헤지펀드는 '고위험·고수익'?…그건 오해!
헤지펀드의 최대 장점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 자산군과의 연동성이 낮다는 점이다. 구성이 잘 된 포트폴리오는 변동성 또한 낮아서 고객의 자산 분배에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국내외 연기금 등 대형 자금 운용기관에서 헤지펀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금융위기 후 헤지펀드들이 스스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일반 공모형 펀드보다 오히려 더 나은 투명성을 확보한 헤지펀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큰손’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헤지펀드가 구사하는 전략을 이해하면 헤지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운용전략은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에쿼티 헤지(equity hedge)는 개별 주식의 펀더멘털을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쓰는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대부분 주식 한 방향에만 투자하는 전략(long only)인 데 반해 헤지펀드에서는 롱·쇼트(long·short, 고평가 주식 공매도·저평가 주식 매수) 전략을 모두 구사해 시장의 여러 방향성에 다양하게 베팅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전략은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특정 이벤트로 인해 생긴 가격 괴리 기회를 찾아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매크로(macro) 전략은 계량적, 정성적 분석을 통해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와 그로 인한 주식 채권 외환 상품시장의 가격 변동을 예측해 투자한다. 마지막으로 시장 방향과 관계없이 두 종목 간의 가격 불균형을 이용한 롱·쇼트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렐러티브 밸류(relative value) 전략이 있다. 전체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은 롱·쇼트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두 달 새 5000억원

한국형 헤지펀드도 최근 판매가 개시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최소 투자금액 5억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고 자산운용사 수탁액도 10조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출시 두 달이 지난 현재 인가를 받은 13개 자산 운용사 가운데 11개 헤지펀드가 운용 중이다. 규모는 5400억원 수준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아직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시장 등락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최소 3년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과거 일부 헤지펀드가 해외 시장이 크게 출렁거린 틈을 타서 시장을 교란했던 탓에 헤지펀드가 투기자본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이 같은 인식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 수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자체로 신성장 분야에 대한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만들어 경제성장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헤지펀드는 '고위험·고수익'?…그건 오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해외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침이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정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중반까지는 대표적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헤지펀드라는 말이 안보이다 2003년이 돼서야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분히 살린다면 미국이 10년 이상 걸려 이뤄냈던 것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운용사와 매니저가 얼마나 정직하게 운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지펀드가 ‘고수익·고위험’이라는 인식을 버리는 것도 전제돼야 한다.

정진균 <삼성증권 AI(대체투자)팀장 jjay.ju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