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제는 'K컬처'…곧 3차 한류 바람 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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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日공연 보다가 눈물 핑…조센징 소리 듣던 우리가 이젠 한국말 전파하다니…
해외서 우리 문화 빛낼 정상급 아티스트 키울 것
해외서 우리 문화 빛낼 정상급 아티스트 키울 것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년 이상 단골로 다니는 맛집은 서울 논현동의 고향집이다. 효성여대 교수 시절부터 가족 모임이나 친지, 제자들과 회식할 때 늘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외국 손님들과 함께 올 때도 많다. 성장한 자녀들에게도 만남의 장소로 대물림했다. 온갖 메뉴를 망라한 한정식집이 아니라 단품 메뉴를 주문해 먹는 집이다. 대부분 손님은 그리 크지 않은 메인 홀에서 떠들썩하게 음식을 즐긴다. 온돌 방은 두 개뿐이다.
수육을 입안에 넣고 씹어 보니 구수한 본래 맛이 살아 있다. 굴을 넣어 만든 무채와 배추 절임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향긋하다. 맛깔스런 음식에 한류 이야기를 버무려가며 대화를 시작했다.
▶K팝 열풍으로 한류가 또 한번 도약하고 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한 공연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2만5000석인 공연장을 첫날 2만명, 둘째날 1만7000명이 메웠더군요. 청중의 대부분이 일본인이었어요. 빅뱅, 2NE1, 세븐, 거미, 타블로, 싸이 등이 3시간 반 동안이나 무대를 꽉 채웠어요. 그렇게 긴 공연은 처음 봤습니다. 한 가수가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한국어로 말하자 일본 팬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요. 1985년 일본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당시 일본인들은 한국인을 ‘조센징’이라 부르며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랬던 일본인들이 우리말을 이렇게 잘 하다니 놀랐습니다. 물론 우리 가수들도 일본어를 잘 하더군요. 도쿄 코리아타운에서 우리 막걸리와 포장마차를 보니까 격세지감이 느껴지더군요.”
▶K팝이 이끄는 한류는 과거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일본 한 기획사를 방문해 드라마 DVD 판매와 대여 통계를 봤더니 지난해 한국 드라마 DVD 판매 실적이 미국을 처음으로 제쳤습니다. ‘드라마 한류’가 지속되고 있지만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지 못했습니다. ‘대장금’이 중동까지 진출하긴 했지만요. 그런데 K팝은 유럽에 진출했습니다. 한국을 서양인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죠.”
▶현지인들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서양적인 팝을 세련되게 연주한다고들 호평하더군요. 그들은 삼성과 현대 등을 통해 한국을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그건 ‘신흥부국’ 정도였어요. 그런데 K팝이 문화 수준도 높다는 것을 알려준 것입니다. 가수들의 생김새가 뛰어나고 세련된 복장에 영어도 잘하는 ‘완성품’입니다. 그러나 최근 태국에서 발생한 설화(說禍) 사건처럼 ‘숙성’시키지 못하고 ‘속성’으로 만든 아이돌 그룹은 문제입니다. 혐한류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대화 중에 나온 황태구이의 모양이 독특했다. 절반은 푸르스름하고 절반은 빨갛다. 파를 넣은 보통 맛과 매운 맛으로 구분한 요리다. 파의 상큼한 식감이 보태진 파무침 황태구이를 음미하면서 본격적인 한류 지원 정책 얘기로 들어갔다.
▶한류를 더 확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드라마로 1차 한류를 촉발시켰는데 이젠 K팝이 2차 한류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3차 한류를 일으켜야죠. 한국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한류로 ‘K컬처’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클래식 뮤지컬 발레 등 현대문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문화산업을 모두 아울러 한류로 만드는 것입니다. 가령 ‘K발레’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 강수진처럼 아티스트들을 정상급으로 키워 아예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주무대가 한국이 아니란 얘기죠. K클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콩쿠르에서 수상한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외국에서 인정받아 활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얘기죠.”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를 순수문화와 생활문화 한류로 만들자는 거죠.
“그렇습니다. 오래 남는 것은 의식주와 관련한 것들입니다. 한복이나 한식을 세계화해야지요. 한때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었던 일본의 J팝은 사라졌지만 스시는 계속 살아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삼겹살과 비빔밥, 불고기, 식혜, 수정과 등을 세계인의 음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K팝이 공급자가 제공한 문화상품을 즐기는 것이라면 음식은 수요자가 직접 만들어 먹고 즐기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굉장히 크죠.”
국산 청주 ‘설화’를 한 잔씩 마셨더니 벌써 얼굴이 불콰해진다. 일본 사케처럼 부드럽고 깔끔하다. 쌀껍질을 많이 깎아내 불순물을 제거한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디자인 한류도 강조하시던데요.
“디자인도 전통문화에서 모티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공항에는 에도시대 건물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에는 한국적인 냄새가 안 납니다. 공공기관 건물에 기와를 올릴 수도 있겠지요. 세종시에는 한문화 마을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전통가옥과 한문화 체험전, 한옥 호텔 등이 그런 것들이죠. 혁신도시에는 정자라도 하나 세워놔야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 시절, 저는 박물관에 청자 기와를 얹은 정자를 세웠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박물관들은 다 그렇습니다. 국적기라면 아리랑이라도 틀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장·차관이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는 한지로 만든 임명장을 한복을 입고 받는 의례를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올해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인프라 구축 등 할일이 많을 텐데요.
“올해 외래 관광객 목표를 1100만명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양보다 질적으로 도약해야 할 시점입니다. 중저가 관광이 아니라 고품격 관광을 즐기도록 해야지요. 문화유산 관광이나 의료관광, 한류관광 등이 그런 것들이죠. 지난해 외래 관광객 980만명 중 한류관광객이 100만명이었는데, 이들의 소비는 일반 관광객의 3배였어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100만…우리 국민도 더 즐겨야"
▶나라 밖에서 오는 관광객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내수 관광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일본은 외래 관광객 수가 우리보다 적지만 자국민 관광객 수는 훨씬 많습니다. 내수 관광객이 연중 내내 붐벼야 숙박업소도 지을 수 있어요. 외래 관광은 특정한 시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올해부터 주5일 수업 도입으로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 관광이 늘 것으로 보입니다. 4대강 개발로 수변 지역에 볼거리도 늘었습니다.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에 관광호텔을 2015년까지 3만실을 추가로 지을 계획입니다. 도시의 민박업도 500개 정도 허가할 생각입니다. 2020년 외래 관광객 2000만명, 관광수입 300억달러 달성이란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콜밴 등 바가지 상혼을 철저히 색출해야겠지요. 여행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합니다. 관광객을 단골손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핵안보정상회의, 여수 세계박람회 등 대형 이벤트가 조만간 열리는데 준비는 잘됐는지요.
“핵안보정상회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보다 큰 규모 행사입니다. G20 때는 33명의 정상이 왔지만 핵안보회의에는 58명이 옵니다. G20 때 국립박물관에 정상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는데, 핵안보회의가 열리는 코엑스에 한국문화 전시장을 만들 것입니다. 만찬에는 전통 공연도 선보이고요. 고품격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지요. 여수 엑스포 때는 부족한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까지 2시간 이내 거리의 시설물을 숙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수도권 중심 관광 패턴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올 것입니다. 상하이 엑스포 때 우리가 많은 사람들을 보내줬거든요. 여수와 상하이를 잇는 크루즈도 띄울 계획입니다.”
▶런던올릭픽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10-10’이 목표입니다. 금메달 10개, 10위권에 들겠다는 것이죠. 런던의 부르넬대에 선수들의 캠프를 차리기로 했습니다. 대학의 체육시설을 이용해 전지훈련을 하는 거죠. 코리아하우스도 열어 한국문화를 적극 알릴 것입니다. 무엇보다 태권도를 2016년 올림픽에서 종목으로 재지정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예요. IOC 위원들을 상대로 스포츠 외교에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그는 이 정부에서 시작한 3개 박물관을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역사박물관을 오는 12월, 현대미술관 서울 분원을 내년 2월에 각각 열고 한글박물관도 내년 말까지 차질없이 완공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광식 장관의 단골집 고향집
담백한 황태구이·수육 보쌈 맛 '일품'
논현동에 있는 고향집은 1986년 개업 이래 27년째 한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강남에서도 맛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식당이라는 게 장수비결이다. 1인당 2만원 안팎이면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보쌈과 황태구이 등은 3~4인용에 3만원, 2만7000원이다.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료 맛을 살린다. 그래서 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다. 만두는 하루 두 차례 빚어 신선하다. 돼지고기와 호박 당근 양파 등을 다져 넣어 고소하다.
제육보쌈은 돼지고기 사태 부위를 삶아 무채, 배추 절임과 함께 내놓는다. 돼지 냄새를 제거했고 굴을 넣어 무친 무채가 식감을 향긋하게 돋워준다. 수육보쌈은 쇠고기 양지 부위를 주로 쓴다.
파무침 황태구이는 다른 식당에서는 보기 어렵다. 파의 상큼한 맛이 황태의 담백함과 잘 어우러진다. 생면에다 황태 육수로 우려낸 칼국수의 국물 맛도 시원하다. 낙지볶음과 소면 또한 짜지 않고 균형 잡힌 양념 맛을 자랑한다. (02)543-6363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