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유동성 랠리는 끝났는가
지난 2월8일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진입한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붕괴됐다. 기술적으로 보면 2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선 기능을 상실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됐으나 재차 2000선을 회복했다. 현재 시장 상황은 주도주 부재, 환매물량 증가, 외국인 순매수 둔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9.5배에 달해 많이 희석된 상태다.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의 순매수 지속은 어렵겠지만 지수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고, 풍부한 유동성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의 주가 강세도 외국인들의 순매수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당분간 시장은 지수 2000선을 지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3월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외국인 순매수가 주춤한 배경에는 최근 주요 정책당국의 태도 변화가 존재한다.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3차 양적완화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이후 대규모 유동성 공급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 조정은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등이 반영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매물 출회로 보는 게 타당하다.

당사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가 1분기를 바닥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 중국의 소비 확대 등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긍정적이다. 이미 LG전자,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른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재차 부각될 전망이다.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 실적 랠리로 연결되면서 주가를 다시 견인할 것이란 의미다.

양기인 <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