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들의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어제 ‘2012 독서의 해’ 선포식을 가졌다. 하루 20분씩 1년에 12권 읽기, 책으로 선물하기, 주5일 수업제와 연계한 도서관 가기 등의 캠페인을 펼 계획이다. 책속에 길이 있다지만 스마트폰 인터넷 보급에 따른 국민의 활자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기에 ‘독서의 해’ 지정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책읽기 문화는 양과 질 모두 추락세다. 독서율(연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1994년 86.9%에서 작년엔 66.8%로 추락했다. 국민 3명 중 1명은 책과 담 쌓고 살았다는 얘기다. 스웨덴(87%) 네덜란드(84%) 덴마크(83%) 영국(82%) 독일(81%) 등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더구나 성인의 월평균 도서구입비가 작년 9800원에 그쳤고 신간 1종당 판매량은 고작 140권이었다. 가계의 월간 소비지출 중 책(참고서 포함) 사는 데 쓴 돈이 신발에 쓴 돈에도 못 미친다.

올해 독서관련 예산으로 정부가 75억원을 올렸는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36억원으로 반토막났다고 한다. 공공도서관은 7만명당 1개꼴로 일본의 2분의 1, 독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을 내리는 대신 도서구입비를 줄이는 꼼수마저 부렸다. 그렇게 책정한 도서구입비가 학생 1인당 3000~4000원이라는 믿기 힘든 사례들도 있다. 이게 우리 사회의 수준이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물질적으론 윤택해졌지만 문화적·정신적 성장은 오히려 퇴보한 결과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자녀에게 책을 읽히려면 부모부터 책을 들어야 한다. 21세기는 창의의 시대이고, 스티브 잡스의 혁신도 부단한 독서에서 나왔다. 인터넷 SNS에 넘쳐나는 막말 욕설 괴담 등의 저질문화가 쉽게 퍼지는 것도 독서를 기피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독서의 해를 1회성 이벤트로 끝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