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운영 민간 개방과 관련해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운임이 20% 인하된다는 주장(한경 2월23일자 35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그 근거로 들고 있는 논리가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 돼가고 있다.

교통연구원에서는 운임을 내리면 수요가 늘어난다고 한다. 물론 요금을 내리면 이용객이 늘어날 수 있지만 20% 운임 손실을 만회하려면 이용객 증가폭 역시 20% 이상이 돼야 한다. 그것도 새마을호 등 철도 내부 수요가 아닌 도로 등 타 교통 수요가 넘어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철도 수요는 생각만큼 운임에 탄력적이지 않다. 2007년에 KTX 주중 운임을 7% 인하했으나 수요는 2.7% 증가에 그쳤다. 국내외 연구를 보더라도 고속철도 수요는 소요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요금에 의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차치하고, 설령 운임을 20% 내려 그만큼 수요가 늘어난다고 치자. 현재 KTX 좌석 이용률은 경부선 101%, 평균 95% 수준이다.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매진에 가깝다. 고객이 20% 늘더라도 태울 수 있는 열차가 없다.

KTX만 본다면 현재 운임을 일정 수준 내릴 여력이 있음은 코레일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철도운임을 단편적인 판단에 의해 책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KTX의 수익으로 새마을, 무궁화호 등 적자열차를 교차보조하고 있는 현실에서, 운임 인하로 인한 KTX 수입 감소는 곧 정부 재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2004년 KTX 개통 이후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의 새마을, 무궁화호는 전면 KTX 중심으로 재편됐다. 새마을호는 장거리 및 KTX 미운행 지역에 정차하고, 무궁화호는 KTX 연계 역할이 크다. 2003년 81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경부선 일반 철도는 2010년에 2653억원이 적자다. 물론 경부선은 벽지노선이 아니기에 정부의 보조도 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데 흑자가 난다고 KTX 운임만 덜컹 내려버리면 결국 일반열차 적자 부담은 정부의 몫으로 남게 된다.

KTX 운임이 인하되면 새마을호는 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정말 기가 막힌다. 수익성만 따진다면 당장이라도 새마을, 무궁화호는 운행하지 않는 게 이득이다. 그러나 새마을, 무궁화호는 KTX로 접근할 수 없는 지역고객의 철도 이용 편이와 KTX 연계를 위한 것으로, 서비스 목적 자체가 다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새마을호의 선택 원인 중 ‘운임’은 15%에 불과하나 ‘출발도착지 근접’은 53.3%에 달한다. 교통연구원에서는 새마을호 고객 중 KTX 정차도시의 고객이 1일 7000명이니 새마을호는 필요 없다고 하나, 이는 도착지가 고려되지 않은 수치일 뿐이다.

철도운영 민간 참여는 객관적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100% 정부 출자 공기업인 코레일이 KTX 운임을 쉽게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KTX 흑자를 새마을호 등 다른 적자노선 운영에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KTX의 흑자는 결코 민간기업이 수익으로 가져갈 몫이 돼선 안 된다.

최성균 < 코레일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