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미래 심포지엄] "후쿠시마 사고에도 원전 르네상스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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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前 사무총장
중국·인도 원전 수요 급증…獨·스위스 가동 중단할 지 '의문'
원전이 만병통치약 아니지만 기후변화 대응 효과적 수단
중국·인도 원전 수요 급증…獨·스위스 가동 중단할 지 '의문'
원전이 만병통치약 아니지만 기후변화 대응 효과적 수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총장은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원자력안전협의회 주최로 열린 ‘에너지 미래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을 맞아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과 기후변화 시대의 대응 전략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원전비중 갈수록 높아져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이집트 출신으로 1997년부터 12년간 IAEA 사무총장을 지냈고 2005년에는 세계 핵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르네상스가 끝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향후 20여년간 폭발적으로 급증할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친환경적인 원전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꼽았다. IAEA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량은 2035년까지 84% 증가(2010년 대비)한다. 원전의 전력생산 비중도 같은 기간 14%에서 20%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아시아의 신흥 경제동력인 중국과 인도에서 원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원유 생산·수출국인 중동 국가들이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화석 연료에 비해 원전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이 미래 에너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술발전 수준과 에너지 공급량을 예측하기 힘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탄소 없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원전확대 변화 없어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1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사고로 유출된 방사선은 체르노빌 사고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다”며 “후쿠시마 사고를 25년 전 체르노빌 사고와 연계지어 원전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대부분 국가들의 원전 정책이 큰 변화가 없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IAEA에 따르면 현재 14개국에서 총 63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그는 “독일과 스위스가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원전 가동을 중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에너지 수요를 감안할 때 실제로 그 목표가 이행될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미국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에 원전 건설을 승인한 것은 물론 터키 벨라루스 아랍에미리트 등 신규 원전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원전 안전성 확보 및 평화적 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이 비상상황 발생시 원전 폐쇄권한을 갖는 독립 규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각국이 원전 폐기물 및 플루토늄 재처리까지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제적인 협조시스템을 만든다면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필링턴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 부사장은 “원자로에 대한 종합 안전점검을 민간용뿐만 아니라 군사용과 과학용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은 지난 반세기 동안 효율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효과를 입증받았다”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계속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