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설명(IR) 행사를 개최하는 등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중국 기업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 실질적으로 증권가에선 중국 기업 관련 보고서 작성에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개진하지 않으며 몸을 사리고 있다.

8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된 중국 기업 보고서는 총 4개 기업을 대상으로 10건(완리 4건, 차이나킹 4건, 성융광전투자1건, 중국식품포장1건)이 보고됐다. 하지만 이들 보고서 중에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가 개진된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중국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이 시장에서 받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면서 "실적 개선 전망과 저평가 진단 등과는 무관하게 투자의견을 개진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뿌리깊은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주가 수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15곳(중국고섬 포함)의 중국 기업 중 12개 기업이 공모가를 밑도고 있다. 화풍방직(-71.5%), 연합과기(-69.5%), 웨이포트(-57.5%), GSMT(-55.6%), 이스트아시아스포츠(-51.5%) 등은 이미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반토막 이상 난 경우다.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의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현재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은 3곳으로 중국식품포장이 공모가 대비 107.0%, 중국원양자원(55.0%), 완리(31.2%) 등이 공모가를 넘어섰다.

이 중 중국원양자원은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웃돌면서 시장의 각광을 받은 바 있으나 전날 종가 기준으로 중국원양자원의 시총은 3607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한 증권사에서 중국원양자원을 분석하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7월 중국원양자원의 사진 루머가 퍼진 이후 관련 종목에 대한 분석을 접었다"면서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분석돼도 시장에서 끊임없이 루머가 양산되고 의구심이 생기면 기업 분석을 이어가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6월 중국원양자원은 선박 사진 조작 등 논란이 일면서 급락세를 나타낸 바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중국원양자원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23일 중국원양자원은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사실의 허위 공시를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고 벌점 8점과 공시위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최근 중국원양자원의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에서 중국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실적 부분이 아니라 신뢰 부분"이라면서 "기업의 내용이 좋고 저평가 상태로 지적받아도 시장 신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과감히 보고서를 내기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먼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뿌리깊은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은 한국인 사외이사 선임과 한국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한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차이나킹은 한국사무소 개설과 한국인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린 진성 차이나킹 대표이사는 "중국기업에 대해 시장이 바라보는 회계 불확실성 등 신뢰 회복을 위해 회계법인을 국내 법인으로 변경하고 한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사무소를 개설해 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차이나킹 주가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모가를 30% 가량 밑돌고 있어 뿌리깊은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실감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 기업이 처음 국내 증시에 상장했을 때에는 실적이 좋아지면 자연적으로 시장에서 인정 받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면서도 "이후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이제서야 중국기업이 시장 소통과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과 이날 이틀동안 서울 사옥에서 '상장 중국기업 2012년 서울 합동IR'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합동IR에는 중국기업 완리, 글로벌에스엠, 웨이포트, 중국식품포장, 중국엔진집단, 차이나킹 등 6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이민하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