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순풍'…현대ㆍ기아차 유럽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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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 유럽 車시장 침체라는데
관세장벽 낮아져 현대차 수출 168% 급증
현대ㆍ기아차 유럽 점유율 5% 넘어…수입차 국내 등록도 35% 급증
관세장벽 낮아져 현대차 수출 168% 급증
현대ㆍ기아차 유럽 점유율 5% 넘어…수입차 국내 등록도 35% 급증
공항 2터미널 주차장 입구에 반짝이는 기아차 스포티지R이 눈에 띄었다. 클레오 씨(45)는 작년 말 푸조 308에서 스포티지R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이 멋지고 성능도 뛰어나다”고 만족해 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로 수요는 줄고 공급이 넘치면서 유럽 자동차 메이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앵과 르노, 독일 오펠, 이탈리아 피아트 등 주요 자동차회사의 판매량은 작년 하반기 이후 뚝뚝 떨어지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판매량이 늘고 점유율이 높아졌다. 작년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관세 장벽이 낮아지자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낸 결과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유럽에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1% 늘어난 3만3204대를 팔았다. 기아차도 2만2061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0.5% 급증했다. 이 기간 중 도요타 혼다 마쓰다 등 일본 업체들은 8~35%의 감소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EU FTA가 유럽 시장 공략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배기량 1500cc 미만 소형차의 경우 종전 10%에서 8.3%로 낮아졌다. FTA 2년차를 맞는 7월에는 6%로 한 단계 더 떨어진다.
울산공장에서 수출하는 유럽 전략 차종인 i40 등 1500㏄ 초과 차량의 관세는 종전 10%에서 7%로 떨어졌고 7월에는 다시 4%로 낮아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인하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FTA 효과는 현대차의 유럽 수출 실적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에 수출한 차량은 2010년 2만2135대에서 2011년 5만9460대로 168.6%(3만7325대) 불었다. i40 등 유럽 전략 차종을 울산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유럽 수출도 2010년 8만8551대에서 지난해 13만3252대로 50.5%(4만4701대)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4.5%에서 5.1%로 높아졌다.
자동차부품 관세는 작년 7월 아예 철폐됐다. 현대차 체코공장 관계자는 “유럽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한국산 부품이 40%가량 들어가는 만큼 현지 생산 차량의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이 FTA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도요타가 내놓은 미국산(産) 뉴캠리는 지난 2월 721대가 팔리며 처음으로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다. BMW 벤츠 등 독일차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 1월 수입차 점유율은 사상 처음 10%를 넘었다.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잘 나가고 있지만 유럽 시장 분위기는 만만치 않다. 독일에 이어 유럽 2위 자동차 시장인 프랑스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2.1% 줄어든 데 이어 올 1월에는 21% 급감했다. 프랑스 최대 업체인 푸조·시트로앵 그룹은 14.6%, 르노그룹은 24.6% 줄었다.
유럽 3위 시장인 이탈리아는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자동차 판매가 올 들어 17% 줄었다. 피아트의 유럽지역 판매는 16% 감소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시장의 급랭 탓에 지난 2월 유럽 신차 판매는 7% 감소한 100만3313대에 머물렀다. 4개월째 내리막길이다.
필리프 바랭 푸조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마이너스 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연속 침체 국면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누적은 자동차 업체들의 목을 서서히 조이고 있다. 루이스 부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포드가 유럽에서 올해 5억달러가량의 적자를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재정위기가 산업 전반의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있고 조만간 공장 폐쇄, 직원 해고 등의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6일 개막한 ‘2012 제네바모터쇼’에서 럭셔리 대형차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합리적 가격의 소형차가 주류로 떠올랐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침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파리·제네바=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