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엊그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7.5%로 낮춰 이른바 ‘바오바(保八)’ 정책을 8년 만에 포기한 데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대(對)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선을 다변화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물론 중국을 저임 생산기지이자 저급품 소비시장으로 여겼던 종래 시각에선 당장 수출 손실이 걱정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바오바 포기’에만 방점을 찍으면 중국 경제의 큰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의 성장목표 하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중국은 아무리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해도 초과달성이 필수인 사회주의 체제다. 2001년 이래 한번도 성장 목표를 밑돈 적이 없다. 따라서 7.5%는 하한선일 뿐, 어거지를 써야만 겨우 달성할 수 있는 버거운 수치는 아니다. 작년에도 목표치를 8%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9.2% 성장했다. 올해도 목표치보다 1%포인트 높은 8.5% 안팎의 성장을 예상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중국의 정책 선회는 선진국들의 몰락을 지켜본 끝에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립한 새 성장플랜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인대 국정보고에서 60여차례나 ‘개혁’을 언급했다. 고속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굴뚝산업에서 첨단·녹색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체제불안의 잠재 불씨인 빈부·도농·지역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위안화 절상도 용인할 태세다.

중국의 정책 선회가 한국에는 거꾸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1인당 소득이 1만달러 이상인 대도시가 19개이고, 그 인구는 한국의 3배인 1억4000만명에 이른다. 연간 650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관광을 나가고, 한국 백화점에선 일본인보다 10배나 돈을 더 쓴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간재와 내구소비재에선 한국에 강점이 있다. 문제는 어설픈 중국 거품 붕괴론에 경도돼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자 첨단·녹색대국까지 꿈꾼다. 중국에 올라타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