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는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이 합의한 채무조정은 신용부도스와프(CDS)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이른바 ‘신용 사건(credit event)’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DS는 채권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맺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해당 채권에 디폴트(채무불이행)나 강제 채무조정 같은 ‘신용 사건’이 발생하면 CDS 매수자가 매도자로부터 손실을 보상받는다.

CDS ‘신용 사건’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영국 런던 소재 ISDA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리스 국채 교환 합의가 ‘신용 사건’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신용 사건’의 요건에 충족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있지 않다”고 결정했다. 그리스 국채 교환 합의는 민간채권단이 보유한 2000억유로의 국채에 대해 53.5%의 손실률을 적용, 1070억유로를 탕감해주고 나머지를 새로운 장기채권으로 교환받는 내용의 채무조정이다.

국채 교환이 채무조정이기는 하지만 ‘신용 사건’에 해당하는 강제적 채무조정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 ISDA의 입장이다. ISDA는 또 그리스 국채 교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면제된 것도 “‘신용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채 교환 개시를 앞두고 ECB는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통해 보유중인 그리스 국채 500억유로어치(액면가 기준)를 국채 교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새로운 국채로 바꿈으로써 손실을 피했다. 이 역시 CDS 매수자들은 매도자들의 보상 의무가 촉발되는 ‘신용 사건’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증권 예탁·청산 업체인 DTCC에 따르면 이날 현재 그리스 국채 CDS의 순 거래잔액은 32억달러다. 다만 ISDA는 “그리스 상황은 여전히 변하고 있어 이날 결정들이 추가의 질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채 교환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단도 강제로 국채를 교환토록 하는 ‘집단행동조항’이 적용되면 CDS 매수자들이 이를 강제 채무조정으로 여기고 ISDA에 추가로 판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리스 국채 CDS 순거래잔액이 크지 않아 ‘신용 사건’으로 판단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4일 민간채권단에 국채 교환을 정식 요청했으며 오는 9일까지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 12일 국채를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