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중견 조선기자재업체인 오리엔탈정공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2일 금융 및 조선기자재 업계에 따르면 오리엔탈정공은 지난달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2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채권은행의 관리절차가 개시됐다. 워크아웃은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오리엔탈정공은 글로벌 조선시황 악화와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밀려 자금난을 겪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수주 건 일부가 취소되고 올 들어서도 추가 계약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필리핀 선박회사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지만, 발주사 측이 유럽 금융위기 여파로 대금을 융자받지 못하면서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엔탈정공은 부산 소재 기업들 가운데 매출 기준 20위권 안팎의 중견기업이다. 지난해엔 3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부산지역 조선기자재업체 중 가장 큰 규모다. 직원 수는 670여명이며 사내협력사 직원도 1500여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선박 내 거주공간인 데크하우스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왔으나 최근 들어선 특수목적선과 해양플랜트 분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왔다.

오리엔탈정공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선기자재 업계의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회복 기미를 보이던 글로벌 조선경기가 유럽발 재정위기 등 영향으로 다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2008년부터 조선업 육성에 나섰던 중국마저 물량을 크게 줄이면서 국내 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일반 상선 대신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리면서 조선기자재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기자재업체들의 일반상선 관련 기자재 국산화율은 높지만, 해양플랜트 관련 기자재 국산화율은 20~30%를 밑돌고 있다.

중견 조선기자재업체들이 흔들리면서 관련 영세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 우려도 나온다.

부산=김태현/장창민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