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로시간 줄이기' 서둘지 말길
막 개학한 초·중·고교생에게 올 새 학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학기부터 주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 종업원 20인 미만 중소기업에 주40시간제가 적용됐다. 2004년 1000명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도입된 주40시간제가 7년 만에 5인 이상 모든 기업으로 확대됐다. 올해 주5일 수업제 시행과 더불어 ‘전 국민 주5일제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사회 각 부문에서 과거와 같이 단순히 투입을 많이 해 생산을 늘릴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면에서 고용노동부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줄이기’는 어쨌든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의 근로시간 줄이기는 몇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주야 맞교대 근무를 주간 2교대나 3교대 등으로 근무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다. 주야 맞교대는 장시간 근로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유발, 근로자 건강 악화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연장근로 한도를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법에서는 주 40시간의 정규근로에 더해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는데 상당수 기업에서 이 한도를 초과해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는 근로시간 특례 업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특례는 공익이나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업종에 대해 연장근로에 아무 제한을 두지 않는 제도인데 사실상 적용할 필요가 없는 업종은 제외하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 고용부가 갑자기 휴일근로를 문제 삼고 나섰다는 데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서 제외해온 지금까지의 정부 입장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지금 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고용부의 여러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일하는 시간은 줄이되 생산성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쉬운가. 새로운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한다. 작업 강도를 높여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에는 비용이 들고 근로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 때에 휴일근로를 하지 말라는 또 하나의 짐을 얹으면 기업과 근로자가 한꺼번에 감내해 낼 수 있겠는가. 방법도 문제다. 고용부는 노사의 의견을 묻거나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일을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근로제도의 큰 틀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충분한 사전 점검이 꼭 필요하다.

‘놀토 시대’를 맞아 아이들에게 아빠 엄마를 돌려주자. 그러나 임금이 줄어들어 주말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부모를 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근로시간 줄이기에 반대하지 않지만 이에 앞서 산업현장의 실상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박종남 <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