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환 씨 "우리는 황금색 사각링서 매일 싸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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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서 개인전
배씨는 내달 1일부터 5월20일까지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이곳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그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의식을 스쳐 지나가는 행위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며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행가처럼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인들의 삶을 회화, 설치, 영상작품으로 표현해온 작가. 하위계층의 비참한 삶을 드러내면서도 예술이 지녀야 할 위로의 힘을 접목해 ‘한국적 팝아트’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베니스 비엔날레(2005)와 광주 비엔날레(2004) 등에 초대됐다.
최근에는 노숙자에게 음식을 주는 곳과 쉴 만한 곳을 표시해 나눠준 ‘노숙자 수첩’,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도서관 프로젝트’ 등 공공미술과 디자인, 영화, 시나리오, 미술 감독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5년 동안 작업한 ‘유행가’ ‘불면증’ ‘남자의 길’ 등 설치작품을 비롯해 회화, 사진, 영상작품 26점을 내보인다.
1999년작 ‘유행가 청춘’은 알약, 약솜, 본드 등의 재료로 김창완의 노래 ‘청춘’ 가사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공감과 위로라는 유행가 정서와 함께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없다”며 “유행가에 내재된 인간적인 감성과 낭만에 주목하고 집단의 문제에 사적 감수성을 개입시켰다”고 설명했다.
‘유행가’ 시리즈에서 도시의 변두리나 뒷골목을 보여준다면 ‘불면증’ 시리즈에서는 소외된 사람들을 억누르는 도시에 주목한다. 영화 ‘하녀’의 테마 이미지로 등장한 2008년작 ‘불면증-디오니소스의 노래’는 작가의 집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형상화했다.
연주자나 연기자 등 실체를 없애고 행위와 소리만으로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는 신작들도 눈길을 끈다. 살풀이 춤을 소재로 한 영상작품 ‘댄스 포 고스트 댄스’와 장구 소리를 녹여낸 ‘노크’, 서울 사찰 30여곳의 종소리를 모은 ‘걱정-서울 오후 5:30’은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열망을 영상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1577-759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