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이어 하이마트의 퇴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대형주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부실 상장사들이 ‘꼼수’를 부려 퇴출 요건을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폐 실질심사 제도는 상장사가 공시의무 또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거나 횡령·배임 혐의 등이 발생했을 때 실질심사를 통해 퇴출 여부를 질적인 평가로 결정하는 것이다. 코스닥 한계기업들이 정형화된 퇴출 요건을 다양한 편법으로 피해나가면서 2009년 2월 코스닥시장에 이 제도가 도입됐다. 유가증권시장에는 훨씬 느슨한 형태의 실질심사 제도가 있었는데 거래소는 형평성 차원에서 작년 4월부터 코스닥과 비슷한 수준의 실질심사를 적용해왔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폐 실질심사 제도는 거의 똑같은 골격을 갖추고 있다. 횡령·배임의 경우 혐의금액이 자기자본 5% 이상에 해당할 때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자기자본의 2.5%, 자산 1000억원 이상의 코스닥 기업은 3%에 해당할 때로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제도가 두 시장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거래소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선 실질심사 영향으로 매년 100곳 안팎의 한계기업이 퇴출돼 시장 신뢰성이 높아졌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선 매년 수천억원씩 이익이 나는 상장사들이 퇴출 도마 위에 오르며 오히려 시장 신뢰성이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실질심사 제도는 한계기업과 우량기업에 각각 기준을 달리하는 ‘투 트랙’ 제도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증권 제도 전문가는 “우량기업에서도 횡령·배임이 발생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계기업과 같이 퇴출 심사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는 투자자 혼선만 불러올 뿐”이라며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일정 요건을 갖춘 우량기업의 경우 우선적으로 투명성 확보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