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민간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에 들어간 첫날인 27일,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없었다. 정부의 원칙대응 방침에도 불구, 이번 휴원을 이끌고 있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어린이집분과위원회는 다음달 3일까지 휴원 강행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전면 휴업이 예고된 29일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까지 수십만명의 어린아이를 볼모로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어린이집분과위원회는 △보육료 현실화 △보육교사 처우 개선 △특별활동비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며 휴원을 강행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요구가 이미 정책에 반영됐거나 다소 무리한 게 많다고 지적했다.

○2세까진 현실화, 나머진 순차 증액

보육료 현실화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영세 민간어린이집연합회 보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3~5세 아동에 주는 무상보육비는 복지부가 조사한 표준보육비용보다 적은 20만원 이하”라며 “학부모들이 사정을 모르고 정부에서 무상보육하라는데 왜 더 돈을 받느냐며 항의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설명은 전혀 딴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측은 3~5세 아동의 정부 지원금에 초점을 맞춰 보육료 현실화가 안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육료와 교사 처우 개선 등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올해 만 0~2세의 경우 표준보육비용(0세 71만1000원, 1세 51만3000원, 2세 40만9000원)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만 3~5세는 표준보육비용(3세 29만6000원, 4세 28만3000원, 5세 28만4000원)보다 적은 19만7000원, 17만7000원, 20만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결국 만 0~2세의 경우 표준보육비용의 98~106%를 지원받는다. 복지부는 표준보육비용보다 지원이 적은 만 3~5세도 내년부터 지원액을 22만원으로 인상한다.

○뮤지컬도 강사 동행해야 비용청구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 열악한 어린이집 재정지원을 위해 정부가 허용한 특별활동비에 대해서도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고 있다.

복지부는 연령별·지역별 보육비지원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적절하게 특별활동비 책정을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일률적인 항목지정 등 현실을 무시한 정책인 만큼 자율화를 요구한다.

특별활동비는 지자체별로 상한액이 정해져 있다. 다만 지역별로 임대료 물가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해 복지부는 상한액에 차이를 두고 있다. 임대료 등이 비싼 서울 강남구가 23만원으로 가장 많고 서대문구가 8만원으로 가장 적은 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부분 어린이집들이 뭉뚱그려 받던 특별활동비도 올해부터 과목별로 얼마씩인지 의무적으로 밝히고 학부모 동의를 받도록 했다”며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반발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들은 특별활동비 항목을 획일적으로 정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졸업앨범비로 연 12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부모들이 앨범 대신 다른 특별활동을 원해도 다른 용도로 특별활동비를 학부모에게 받을 수 없다. 현장학습비도 공연 관람이나 현장학습, 박물관 견학은 지원받을 수 없다. 강사가 반드시 동반하는 수련회나 캠프만 특별활동 항목에 포함된다.

○복지부, 열악한 보육교사 처우는 인정

복지부도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선 동의했다. 대부분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며 한 달에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다.

강서구 어린이집에서 3년 근무한 한모씨(27)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부모들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애들을 돌보고 한 달에 160만원을 받고 있다”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복지부 측은 “올해부터 복지부가 근무환경개선비로 지원하는 금액은 5만원뿐이고 나머진 지자체에서 주는 보육교사 처우개선수당(지방 3만원, 서울 20만원)으로 충당한다”며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경찰팀 sn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