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50대 무역업자 김모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중국 당·송시대 도자기 10여점이 모두 가짜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최소 두 배 이상 가격이 올랐을 것으로 믿었는데 중국 한하이옥션의 감정에서 가짜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국내에 중국 고미술품 ‘짝퉁’ 주의보가 내려졌다. 중국 고미술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을 찾은 베이징의 한하이옥션 측은 “중국 골동품을 소장하고 있는 애호가들의 집을 방문해 작품을 감정한 결과 10점 중 1점 정도만 진품”이라며 “인사동 사간동 등에 유통되는 작품 역시 의문점이 많아 구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북송시대의 여관요자기(汝官窯瓷器)를 비롯해 원청화자기(元靑花瓷器), 청나라 황실에서만 사용된 법랑채자기(琺瑯彩瓷器), 당·송시대 그림과 목가구 등을 모방한 가짜 골동품이 대거 나돌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의료업을 하는 조모씨는 지난해 말 서울 인사동 C화랑 대표 김모씨의 소개로 중국 원나라 청화백자를 1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최근 조씨는 중국 도자기 전문가의 ‘가짜’라는 지적에 구입 대금을 돌려받으려 소송까지 벌였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60대 사업가 허모씨도 최근 중국 고미술감정 전문가에게 2007년 2000만원에 구입한 명나라 청화백자 감정을 맡겼는데 모조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고미술품 전문가가 돈을 받고 불상을 고가의 중국 명품으로 둔갑시키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김모씨는 수십만원짜리 금동불상 2점을 수천만원대의 중국 청나라 시대 작품으로 감정해준 혐의로 구속됐다.

미술계는 중국에서 생산된 가짜 고미술품의 국내 반입이 급증하면서 서울 화랑가에서 판매되고 있거나 애호가들이 소장한 도자기, 고서화, 목기의 90%가량이 모조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고미술품의 국내 유통 과정에서 가짜 감정서, 인위적인 가격 조작 등 불법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모조품은 정교하게 만들어져 일반 애호가들이 육안으로 식별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국내에는 중국 고미술품에 대한 전문 감정기관이 없어 작품을 구입할 때 주의가 더욱 요망된다.

이처럼 중국 짝퉁 고미술품 유통이 확산되자 중국의 전문가집단을 초청해 국내에서 진품 여부를 가리는 감정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메이저 경매회사 폴리옥션이 지난 18~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국 미술품 1000여점을 감정한 데 이어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 빅앤틱아트는 중국 고미술품 감정 전문가 5명을 초청, 28~29일 한양대동문회관 5층 대연회실에서 중국미술품 감정과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정화이중 중국문물학회 문물감정위원회 위원(68)을 비롯해 중국국가박물관 연구원인 리즈옌(75) 베이징대 고고학과 교수(75), 차이궈성 문화부 예술품평가위원회 부주임 위원(68), 산궈창 고궁박물원 연구원(70)이 참여해 옥기와 청동기, 목기, 서화를 감정할 예정이다.

김봉영 빅앤틱아트 대표는 “국내에 들어온 중국 고미술품은 진품과 모조품이 뒤섞여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권위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감정행사와 세미나를 함께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품으로 판명된 골동품은 오는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빅앤틱아트의 제1회 경매에 출품할 자격이 주어진다. (02)2278-33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