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2차 협력사인 인천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조광정밀 직원들은 지난해만 해도 외부 손님이 공장에 찾아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 설비는 노후화하고 기계에는 녹이 잔뜩 슬어 있는 데다 생산라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장 내부를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랬던 공장이 최근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현대중공업 등 기계 분야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스마트 공장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면서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환경이 바뀌면서 불량률이 크게 줄고 납기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2·3차 협력업체 작업환경 개선

기계업계가 중소 협력업체 공장 지원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동 출연으로 세운 기계산업동반성장진흥재단을 통해서다. 그동안 대기업의 기술지원 혜택 등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2, 3차 협력사들의 열악한 설비와 공장 환경 개선이 나서고 있는 것.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STX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만들기’는 중소 공장의 공정 흐름을 바꾸고 낙후 시설을 개선해 생산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게 목표다.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인 대모엔지니어링과 우림하이테크 용선정공 조광정밀 경기산업 등 2~3차 협력사 4개사가 ‘대모혁신단’을 구성, 시범사업을 벌여왔다. 사업장마다 문제점을 분석한 후 무질서한 공장의 레이아웃을 재구성하고 작업 공간을 확보하거나 노후 시설을 교체해 작업 능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중기 협력사 경쟁력 쑥쑥

사업을 시작한 지 반 년을 조금 넘겼지만 성과는 고무적이다. 조광정밀 공장은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저분하게 엉켜 있던 배선 구조와 설비 배열을 바꿔 이동 경로를 넉넉히 확보했다. 작업 공정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생산라인 구조를 바꿨고 조명도 교체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 환경이 깔끔하게 바뀌자 직원들의 품질이나 안전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고 했다.

우림하이테크는 생산성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무질서한 가공대기 라인을 개선하자 3만개에 불과하던 연간 조립 수량이 7만500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4개 기업의 평균 불량률은 4.0%에서 0.6%, 라인당 투입 인원도 6.67명에서 6.33명으로 감소했다.

이들 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가공해 현대중공업에 재납품하는 1차 협력사인 대모엔지니어링도 납기 준수율이 70%에서 90%로 훌쩍 뛰었고, 45일 걸리던 제품 생산 기간은 38일로 줄어들었다.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대표는 “2, 3차 협력기업들의 성과가 상위 협력사인 대모와 원청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간 2000개 중소협력사 지원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STX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등 4개사는 앞으로 재단에 매년 20억원을 출연해 협력사들에 대한 기술 및 설비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1차 협력사에 비해 2, 3차 협력사들에 대한 관리나 지원이 소홀했다”며 “향후 5년 동안 2000개의 2, 3차 협력사를 집중 지원해 ‘동반성장’의 모범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