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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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유지태의 할아버지인 유옥우 의원이 1956년 국회에서 이른바 ‘대통령 방귀사건’을 폭로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낚시를 하던 중 방귀를 뀌자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익흥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아부했다는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보필하고 장관 노릇을 하면 대한민국의 명의가 서겠는가.” 이 장관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국회속기록엔 아직 남아 있다.
아부엔 이렇게 원색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 환갑잔치집에 들러 시를 한 수 읊었다. ‘저기 앉은 저 늙은이 사람 같지 않구나(彼坐老人不似人)’ 자손들이 분기탱천해 달려들자 태연히 다음 구절을 이어갔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도다(疑是天上降眞仙)’ 품격을 갖춘 아부 덕에 떡 벌어지게 한상 받은 건 물론이다. 마키아벨리도 아부의 달인이었다. 15, 16세기 이탈리아를 주름잡던 메디치가(家)의 권력자 로렌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군주론’을 헌정하면서 이런 찬사를 보냈다. “시대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위인은 로렌초뿐이다.”
아부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간에게는 아부의 DNA가 있다고 본다. 프로이트만 해도 “사람이란 공격에는 저항할 수 있으나 칭찬에는 무력하다”고 했다. 특히 회사에선 상사에 대한 아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많다. 요즘 일본에선 ‘예스맨이야말로 회사를 구한다’는 부제를 단 책이 나오자마자 3만부나 팔릴 정도로 인기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주로 하는 아부는 뭘까. 한 온라인리서치업체가 회원 3만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사의 말에 무조건 동조해주기’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놓고 아부는 못하겠고 맞장구치는 것이 무난하다는 생각에서란다. 이어 상사의 경조사 챙겨주기, 외모·패션 칭찬하기, 음료 제공하기 등의 순이었다.
이왕 아부할 거면 전략도 필요하다. 리처드 스텐걸 타임지 편집장은 ‘아부의 기술’이란 책에서 상대방을 띄워줄 땐 오로지 칭찬만 하고 부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본인이 없는 곳에서 칭찬하거나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찾아내 아부하면 더 효과적이란다. 아부를 받는 쪽에서도 조심할 게 있다. 누군가를 헐뜯거나 해를 입히는 식의 아부는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아부하며 나라 장래를 암담하게 하는 정치인들도 피해야 할 대상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아부엔 이렇게 원색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 환갑잔치집에 들러 시를 한 수 읊었다. ‘저기 앉은 저 늙은이 사람 같지 않구나(彼坐老人不似人)’ 자손들이 분기탱천해 달려들자 태연히 다음 구절을 이어갔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도다(疑是天上降眞仙)’ 품격을 갖춘 아부 덕에 떡 벌어지게 한상 받은 건 물론이다. 마키아벨리도 아부의 달인이었다. 15, 16세기 이탈리아를 주름잡던 메디치가(家)의 권력자 로렌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군주론’을 헌정하면서 이런 찬사를 보냈다. “시대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위인은 로렌초뿐이다.”
아부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간에게는 아부의 DNA가 있다고 본다. 프로이트만 해도 “사람이란 공격에는 저항할 수 있으나 칭찬에는 무력하다”고 했다. 특히 회사에선 상사에 대한 아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많다. 요즘 일본에선 ‘예스맨이야말로 회사를 구한다’는 부제를 단 책이 나오자마자 3만부나 팔릴 정도로 인기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주로 하는 아부는 뭘까. 한 온라인리서치업체가 회원 3만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사의 말에 무조건 동조해주기’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놓고 아부는 못하겠고 맞장구치는 것이 무난하다는 생각에서란다. 이어 상사의 경조사 챙겨주기, 외모·패션 칭찬하기, 음료 제공하기 등의 순이었다.
이왕 아부할 거면 전략도 필요하다. 리처드 스텐걸 타임지 편집장은 ‘아부의 기술’이란 책에서 상대방을 띄워줄 땐 오로지 칭찬만 하고 부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본인이 없는 곳에서 칭찬하거나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찾아내 아부하면 더 효과적이란다. 아부를 받는 쪽에서도 조심할 게 있다. 누군가를 헐뜯거나 해를 입히는 식의 아부는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아부하며 나라 장래를 암담하게 하는 정치인들도 피해야 할 대상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