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포항]포스코 세계최초 리튬 추출기술, "고산병에 코피 쏟아가며 이뤄낸 한국형 자원외교의 성공모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포스코가 리튬추출기술 개발에 나선지 불과 1년여만에 기존 리튬 추출 기술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이들 민관정이 벌인 리튬 자원개발 노력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했다.
한국 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은 지난 3년간 남미 볼리비아를 무려 9차례나 다녀왔다. 볼리비아는 먼 나라다. 비행시간만 25~27시간에 이르고 환승시간까지 감안하면 왕복으로 꼬박 3일 이상 걸렸다. 더구나 수도인 라파스(La Paz)는 해발 4000 미터에 달하는 고지대로 외국인 방문자들은 극심한 ‘고산병’ 또는 ‘저산소증’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리튬이 녹아있는 우유니 염호도 해발 3,653미터 고지대에 걸쳐있다.
김 사장은 “칠레나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리튬만 갖고도 지금 당장 우리의 수요량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세계 수요 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값도 비싸질 텐데 그땐 어떻게 할 거냐”며 “그런 면에서 볼리비아는 기회의 땅이고 블루오션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뛰어들고 있어서 점점 경쟁이 심해지기 전에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국과 볼리비아는 1965년 국교수립후 대사관이 개설됐으나 IMF때 폐쇄되고 2009년 3월 재개설되었지만 경쟁국인 일본, 중국, 프랑스, 브라질 등에 비해 자원개발 외교에 매우 뒤처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현재 볼리비아와 가장 구체적인 협력안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다.
김신종 사장은 ‘한국형 자원외교’가 해답이라면서 적극성, 진정성, 기술력을 그 키워드로 꼽았다. 먼저 적극성이라면 이상득 의원(전 국회부의장·새누리당)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환갑이 넘었지만 나름 건강을 자신하는데 그래도 볼리비아 한번 다녀오면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면서 “이 의원은 칠순도 훨씬 넘은 연세에 5번이나 다녀왔다”고 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2010년 1월 이의원이 3번째로 볼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외국의 고위층 인사들은 이곳에 잘 오지도 않고 한 번 와봤던 사람은 절대 다시 오지 않으려 하는데, 나이도 적지 않은 분이 이렇게 여러 번 찾아오신 것에 정말 놀랐다”며 감동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차별화된 기술력이 자원외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RIST가 적기에 기술개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성과는 남의 잔치가 될 법한 일이었다.
볼리비아 현지를 오가며 리튬 추출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한 권오준 포스 코 부사장은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며 “당분간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존에 1년 이상 걸리던 추출 시간이 불과 1개월 이내로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80% 이상의 높은 리튬 회수율에다 마그네슘, 칼슘, 칼륨, 붕소 등 기타 소재도 추출하는 ‘일석 다조’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볼리비아의 리튬 추정 부존량은 세계 최대 규모(540만 톤)지만 상대적 으로 낮은 ‘품위’ 때문에 리튬 추출기술이 경제성을 가를 것으로 파악해 왔다. 우리가 볼리비아에 제안한 리튬 추출기술은 기존의 증발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리튬 자원전쟁에서 앞서 나가게 되기까지 무수한 뒷이야 기가 전해지고 있다. 포스코 권 부사장은 특히 작년 7월 말 5차 방문 때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 면담 일정이 아침 7시에 잡히는 바람에 볼리비아 라파 즈에 자정 무렵 도착해서 밤새워 대책회의를 해야했고 급기야 외교부 통역요원은 피로에 고산병 증세까지 겹쳐 쓰러져버렸다. 현지 대사관직원 으로 급히 통역요원을 대체하고 무사히 설명을 마쳤지만 이 의원도 결국 공항과 기내에서 코피를 쏟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