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은 23일 “현재로서는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정치권에서도 유류세 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공식 방침으로 해석된다.
◆유가 연일 최고치 경신
홍 장관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적정 단계가 되면 다양한 수단을 협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원유 가격이 얼마가 되면 적정 단계냐는 질문에는 “가격만 따로 볼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 기준 보통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2.03원 오른 1993.61원을 기록했다. 서울지역 판매가도 ℓ당 4.2원 상승한 2074.21원으로 하루 만에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정치권은 서민 부담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등 세금 논란이 불거졌다.
◆이란산 석유 수입 감축도 변수
홍 장관은 미국의 이란 제재와 맞물린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 축소 여부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 (감축 목표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가 거론된 바 없다”며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미국 측과 원만하게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실무대표단의 협상도) 우호적으로 잘 끝났다”고 전했다. 재정부와 지경부, 외교통상부 국장급으로 구성된 실무대표단은 지난 21일 워싱턴을 방문, 미국과 협상을 벌였다.
정부는 일본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는 국가들과의 물밑 공조를 통해 수입 축소 물량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비석유 부문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예외 조치를 인정받았다. 정부가 운영하거나 통제하에 있는 기관을 통해 이란과 거래할 경우에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을 통한 비석유 부문의 거래는 지속할 수 있게 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홍 장관은 2월 무역수지 전망과 관련, “큰 폭의 적자 또는 흑자가 아니라 적자와 흑자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 아닐까 본다”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해선 “지난해 두 차례나 올리지 않았느냐”며 “당분간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