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어디갔어?"…美, 제조업 부활 팔 걷었다
“10여년간 6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무역적자는 4조5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는 자취를 감췄다. ” 미국 제조업이 2000년 이후 11년간 거둔 성적표다. 제조업 고용 감소는 실업률 상승과 중산층 붕괴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제조업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을 이대로 놔두면 미국 경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제조업 세금 인하 경쟁에 나섰다. 연구기관과 기업인들도 앞다퉈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다. 대표적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2일(현지시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독일 제조업 정책 배우자

브루킹스연구소는 우선 강력한 외교정책을 통해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환율 조작과 인위적 임금 억제로 제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중국보다 미국을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최근 중국의 임금 상승률은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빨라 제조업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면 제조업 부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부적으로는 독일의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임금(시간당 46.52달러)은 미국(33.53달러)보다 높지만 일자리 수 감소율(2.2%)은 미국(7.8%)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벤치마킹할 정책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막대한 지원 △숙련 노동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꼽았다.

◆제조업에 관한 잘못된 상식 깨야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제조업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깨야 한다고 밝혔다. ‘높은 임금과 자동화’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연구소는 2000~2010년 독일과 네덜란드 호주 등은 제조업 평균 임금이 미국보다 높았지만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기술 발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동화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시장 확대 및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동화로 줄어드는 일자리 감소분을 상쇄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1990년대 미국의 제조업 생산성은 연평균 4.1% 향상됐지만 제조업 일자리 수는 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2000~2007년 생산성은 3.9% 높아졌지만 일자리 수는 3%나 감소했다. 두 기간 생산성 향상 속도는 비슷했지만 일자리 감소폭은 크게 달랐다. 이는 생산성과 일자리 수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2000년대 미국 제조업이 약화된 원인을 ‘낮은 생산성 향상 속도와 아웃소싱’에서 찾았다. 생산성 향상으로 미국 제품 수요가 늘었다면 경쟁국에 비해 일자리가 더 많이 줄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기업들이 저임금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김으로써 한국 중국 등 경쟁자만 키워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1980년 이후 제조업을 등한시한 잘못된 정책도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미국 정치권 세금 인하 경쟁

미국 정치권은 제조업 세금 인하 경쟁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최고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최고법인세율을 25%로 낮추기로 했다. 또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서도 최저세율을 적용해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한발 더 나아갔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25%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롬니 전 주지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전체 기업의 법인세율을 17.5%로 낮추고, 제조업체는 아예 법인세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론 폴 하원의원은 각각 법인세율 12.5%와 15%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설리 기자/뉴욕=유창재 특파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