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펀드 환매 등 끊이지 않는 차익실현 매물 출회 여파로 2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펀드환매 강화 등 수급 변수가 주목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차익실현 소화 과정이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간 조정 후 코스피지수가 재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3일 오전 11시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37포인트(1.05%) 내린 2007.28을 기록 중이다.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7거래일째 매물을 내놓으면서 지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6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달 1조6073억원, 올해 들어 4조3455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이다.

증권가에선 펀드 환매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매물벽을 고려하면 당분간 환매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004년7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를 통해 들어온 자금에 비춰 2000∼2100 구간에서는 7조6440억원의 매물대가 형성돼 있다. 경험적으로 40%가 환매된다고 가정할 경우 2050∼2100 구간에서 2조5000억원 가량의 환매 대기자금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손실회피성향으로 인해 '처분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보유자산 가격이 매수가격 이하로 떨어졌을 때는 매도하기를 주저하고, 이익이 되는 자산은 바로 처분해 추가 이익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처분효과는 코스피지수 2050~2100선에서 가장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증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선 연기금보다는 개인의 지수 하방 지지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험적으로 연기금이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에선 매수 기조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적극적으로 연기금이 '사자'에 나서 주식보유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기금 자금의 9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비중은 19%를 웃도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주식 보유 규모와 최근 증시 상승을 고려할 경우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보유비중은 19.2% 수준"이라며 "목표보유 비중에 가까워져서 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설명다. 국민연금은 목표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18%에서 올해 19.3%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개인은 조정 시 '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는 만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하회할 경우 우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예탁금과 신용융자(외상거래)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개인의 매수 참여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20조4444억원을 기록해 꾸준히 20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4조9929억원을 기록, 전월 대비 12.0% 늘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개인이 그동안 증시 조정 시 매수, 상승 시 매도로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차익실현에 나섰던 개인이 조정 시 저가 매수세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저가 매수 유입 가능성이 코스피지수 하단 지지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