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늪 일본, 너무 젊은 65세…'노인의 자격' 늦춘다
“몇 살부터 노인으로 봐야 하나.”

일본 정부가 ‘고령자’ 기준을 새롭게 정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의 고령자는 ‘65세 이상’이다. 그러나 이들을 일률적으로 지원 대상으로 분류하는 지금의 사회복지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나이와 재산 등을 함께 고려해 지원 대상을 선별하겠다는 얘기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노인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세금을 내는 젊은 세대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오는 5월 발표하는 ‘고령사회대책’에 반영할 전망”이라고 22일 보도했다.

◆나이만 따지는 사회보장제도

일본 국민은 대부분 65세부터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 기초연금과 후생연금은 모두 ‘65세 이상’을 지급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인요양서비스에 특화된 ‘개호보험’도 원칙적으로 65세를 넘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는 그 이전에도 가입할 수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비해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동물원 수족관 공원 등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나이도 ‘65세 이상’이다. 65세 이상은 취업을 하더라도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사회보장시스템 전반이 ‘64세 이하’ 인구가 ‘65세 이상’ 계층을 지원하는 구조로 짜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노인’이 과거의 ‘노인’과 다르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우선 건강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운데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65%에 이른다. 평균 수명도 길어졌다. 일본 사회보장시스템의 틀이 잡히기 시작한 1955년에는 일본 남녀의 평균 수명이 각각 63.6세와 67.8세에 불과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밑돌았다.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평균 수명은 남자 79.6세, 여자 86.4세로 높아졌다. 노인 인구 비중도 23%로 높아졌다. 2060년에는 39.9%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일본 사람 10명 중 4명이 ‘노인 대접’을 받게 되는 셈이다.

◆세대 간 불평등 해소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 8717만명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60년에는 4000만명 수준으로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원하는 쪽과 지원받는 쪽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세대 간 소득 격차가 크다는 것도 일본 정부가 ‘고령자’ 정의를 재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일본의 노인 세대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1500조엔에 달하는 일본 개인 금융자산 가운데 75%가량을 ‘65세 이상’이 쥐고 있다. 반면 젊은층의 상황은 열악하다. 일본의 전체 고용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인 35.2%에 이를 정도로 소득 기반이 허약하다.

일본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노인 ‘선별 작업’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사회보장 대상을 선정할 때 연령뿐만 아니라 소득과 건강상태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부유하고 일할 의욕이 있는 노인은 지원 대상에서 빼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각종 사회보장시스템에 박혀 있는 ‘65세 이상’ 규정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고령화·저출산 추세로 젊은 세대의 세금 부담은 해마다 무거워지고 있다”며 “현행 사회복지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인은 ‘지원하는 쪽’으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