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개월만에 최고…겨우 살아나는 글로벌 경기 짓누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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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포에 美·유럽 수요 기대 겹쳐
중동사태 악화땐 150달러 넘을수도
중동사태 악화땐 150달러 넘을수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글로벌 소비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졌다. 다만 내달 2일 이란 총선 이후 ‘호르무즈 사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경우 단기랠리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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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2.60달러(2.5%) 오른 배럴당 105.84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4월 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나토의 리비아 공습으로 114달러대까지 급등했던 작년 고점에 근접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런던에서 1.37달러(1.1%) 상승한 121.42달러를 기록, 8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각각 8.0%, 8.8% 급등했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2월 평균 유가는 갤런당 3.49달러로 심리적 저항선인 4달러에 육박했다.
이달 들어 꾸준히 우상향하던 유가 그래프가 최근 가팔라진 것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된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설이 돌자 모하메드 헤자지 이란군 부참모총장은 21일 “적의 공격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이란은 지난 19일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일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대한 추가 수출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진정되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유가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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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정정 불안이 계속될 경우 브렌트유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석유거래업체 비톨의 이언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21일 국제석유주간회의에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요인을 감안할 때 브렌트유는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빌 오그래디 콘플루언스투자운용 수석전략가는 “미국과 EU의 제재로 이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있어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베네수엘라의 수출 제한 동참 가능성,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약세 추세, 올여름 미국 원유생산 지역의 태풍피해 우려, 미국과 캐나다 송유관 마찰 등도 원유가격 강세를 전망하는 근거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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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공급측 요인이 해소되면 유가강세 현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유가는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달 2일 총선을 앞두고 이란 정권이 대외적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 이후에는 강경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작년과 달리 원유 이외의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도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수요측 압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유가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 원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추가상승을 제한한다는 분석이다. 상품시장 전문매체인 바라트불러틴의 조너던 바라트 CEO는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WTI 평균가격은 배럴당 106달러 선에서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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