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反시장 정책 · 포퓰리즘 모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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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은 실로 국가 재정을 파탄낼 것 같은 기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제시하는 복지 공약들을 실행하려면 5년간 340조원의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계산도 나와 있다. 이미 확정된 복지 예산을 더하면 올해 예산(325조4000억원)의 절반을 써야 할 판이니 정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복지 포퓰리즘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비상책을 들고 나온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파탄을 보고도 이런 막무가내 포퓰리즘 공세를 펴고 있으니 정치권의 집단이성이 모조리 실종 상태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런 지경으로 치닫게 된 데는 이명박 정부의 탓도 크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동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포퓰리즘의 빗장을 열어버린 곳은 바로 정부다. 이 대통령이 2010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후반기 국정 원칙으로 공정사회를 주창했던 때에 그 씨앗은 뿌려졌다. 공정사회론은 급기야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론으로 진화했다. 당시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설명하면서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실상 좌편향적 정책의 물길을 텄다. 사실 이런 주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도 않거니와 사회주의를 하자는 얘기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실제 표에서 보듯 공정사회론이 제기된 이후 정부의 반시장 반기업 정책은 도처에서 분출됐다.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이익공유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밀어붙인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유사와 백화점을 압박해 기름값과 입점업체 수수료를 낮추도록 했다. 법인세·소득세 추가 감세 포기에 이어 재벌 2,3세의 부당이익을 막아야 한다며 세법에도 맞지 않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신설한 것도 그런 경우다. 정부가 우회전 깜빡이를 켜며 좌회전한다는 지탄을 받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법과 제도의 개악이 돈을 쓰자는 포퓰리즘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돈을 펑펑 쓰자고 야단이라지만, 재원이 탕진되면 결국 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무시하고 기업을 적대시하는 제도적 악법은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다. 철학 없는 실용주의의 예고된 실패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도전하지 못했던 것을 이 정부가 모두 구현하고 있다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올 정도다. 복지 포퓰리즘과 제도 개악은 오십보 백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