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현 강원FC 사장, 세계 10대 발명전 모두 휩쓴 발명가 출신 -비인기종목 남몰래 후원하는 스포츠계 '키다리아저씨'
"축구와 인연은 90년대에 여자축구 도우면서에요. 강원도 기업이니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공모주에 참여한 건데, 스포츠 돕는 일이야 오래 전부터 해오던 것이니 대수로운 것도 아니죠"
남종현(69) 강원FC사장은 축구단 사장이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별 일이라고'란 반응이다. 하지만 그의 독특한 이력을 보면 그가 축구단으로 간 까닭이 궁금하다.
남 사장은 세계적인 발명가다. 미국 '피츠버그 국제발명전'과 러시아 '아르키메데스 발명전' 등 세계 10대 발명전을 모두 석권한 인물이다. 주로 천연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한 특허기술로 세계적인 발명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남 사장은 강원FC 새 사장에 임명됐다. 창단 때 별 뜻 없이 산 공모주가 발단이었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 축구단이 생긴다는데 나 같은 기업인이 안 도와주면 누가 나서겠냐는 생각에 공모주 망설임 없이 샀다고 한다.
지난해 그는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했던 강원FC 사장에 추대됐다. 그가 보유한 주식(2만1천주)이 개인이 소유한 공모주중 가장 많다는 게 이사회의 추천 이유였다.
남 사장은 부임 당시 상황에 대해 한숨만 나왔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장을 맡았는데, 팀을 살펴보니 눈 앞이 캄캄했어요. 재정은 바닥이고 선수들의 사기는 갈때까지 떨어져있으니, 뭘 해도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강원FC는 잔여 경기 7게임을 남겨 둔 상황에서 1승3무15패를 기록중 이었다. 남 사장은 그때 상황을 주변의 평가로 비유했다. "경기만 치르면 상대팀에게 승점 3점이 자동으로 헌납한다고 '승점자판기'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웃음).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과 프론트에게 그가 처음 한 말은 무엇일까. 그는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을 경기장에 모아놓고 "나만 믿고 따라와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앞으로 경기장에서 쓰러져 못 나오는 일이 있더라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가슴속에 새겨달라고 주문했다.
큰 키에 우락부락한 새 사장의 주문에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선수들과 프론트 직원들은 침묵 속에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니 "날 믿고, 강원도민의 힘을 믿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달라"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는 것.
발명왕 사장의 주문 덕이었을까. 강원FC는 남 사장부임 후 첫 경기였던 광주와의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남아있던 7경기도 3승2무2패로 마쳤다. 특히 2연패 후 열린 마지막 홈경기에서는 대구를 1-0으로 따돌리며 '꼴찌들의 반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을용 선수의 은퇴경기를 겸해 치러진 그날 경기에서 남 사장은 경기후 그라운드로 나와 도발적인 막 춤을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는 팀만 잘 나간다면 '막춤'이 문제겠냐면서 "춤 뿐 아니라 노래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번 시즌 우리 선수들은 분명, 나를 춤추고 노래하게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남 사장은 "선수들이 바뀐 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이 바뀐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치있는 답변으로 팬들과 도민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리 구단은 2012년 특별한 세트 플레이를 준비했다"며, "팬과 도민들께 지난 시즌을 사과드리고, 성원에 감사하며, 몇 배 이상의 성적으로 보답하자는 뜻에서 '사과-감-배' 세트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어수선 했던 구단 분위기를 쇄신해 뭔가 대단한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뜻인데, 남 사장은 구체적인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 "8강에 들어간다"고 장담했다. 더욱이 홈경기 만큼은 단 한 게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정 경기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홈경기 만큼은 죽을 힘을 다해 뛰어 꼭 이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영 목표도 분명하다. 그는 올 한해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자립기반 갖추는 '재 창단'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춘천에 있던 사무실도 훈련장 인근인 강릉으로 통합했다. '일심동체'를 강조하는 그의 경영관이 반영된 조치다.
또 그는 전력강화 차원에서 K리그 베테랑 '샤프' 김은중과 '스나이퍼로' 김명중 등을 영입했다. 부임 이후 '꼴지 팀' 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일부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이적시켜 24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결과다.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좌우명은 의외 간단했다. '후회 없이 살자'는 것. 그는 "시행착오는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라며, 그 동안 수 많은 발명과 특허출원을 진행하면서 잘 된 것도 있고 미흡한 것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원동력의 핵심은 결국 '끈기와 '노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올 시즌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홈경기는 물론 원정 경기까지 빼놓지 않고 방문 할 것"이라며, "선수들 뒤에는 늘 강원도민과 사장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믿음과 자신감을 회복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팀에 대한 애정과 선수에 대한 신뢰, 거기에 특유의 자신감까지 묻어났다. "승점자판기'를 고쳐놓겠다는 발명가 사장의 열정과 도전이 '탈 꼴지'를 선언한 강원FC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남종현 사장은 주식회사 그래미를 이끌고 있는 발명가 출신의 기업인이다. 충북 진천(초평)이 고향이며, 학창시절 별명은 '날센돌이' 였다고. 한국발명기업연합회장과 한국발명진흥회 감사, 한국알코올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강원FC사장을 겸하고 있다. 그래미는 808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했다는 '여명808'을 비롯해 화상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아토피치료제 등 천연식물성 원료만를 이용한 웰빙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중견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