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상대방 후보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광고'가 지난 2008년 경선보다 큰 폭으로 늘었으며, 그 내용도 더 '살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공화당 경선 후보들의 텔레비전 정치광고 집행을 분석한 결과 네거티브성 정치광고가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경선에서 네거티브 정치광고의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이번 경선에서는 네거티브 광고의 물량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더 강해졌다.

밋 롬니 전(前)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 17일부터 미시간주에서 내보낸 광고에서 탁한 물속으로 빠져드는 사람의 모습과 함께 "미국은 국가 부채에 빠져 익사할 지경인데 릭 샌토럼은 아직도 수십억 달러의 예산 배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샌토럼을 비난했다.

론 폴 하원의원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엄청난 위선자'로, 깅리치 지지그룹은 롬니를 '기업 탈취자'라고 비난하는 정치광고를 내보냈다.

네거티브 광고를 이끌어가는 후보는 롬니와 그의 지지세력이다.

롬니는 내보낸 전체 정치광고의 70%를 네거티브 광고에 할애했고, 깅치리가 50%로 뒤를 이었다.

롬니는 또 공화당 경선과 관련한 전체 정치 광고량의 50%를 자치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쳤다.

깅리치 후보 지지단체인 '우리의 미래 쟁취(Winning Our Future)'의 릭 타일러 대변인은 "롬니가 '초토화 정책'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 진영의 메시지는 긍정적이었다"며 "그런 네거티브 캠페인이 끝나면 공화당에 투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강력한 무기를 아껴뒀다가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쓰곤 했다.

그러나 본선을 위한 무기들이 같은 공화당 후보에게 쓰인 게 이번 경선의 특징이다.

선거 전략가들은 네거티브 선거전이 '슈퍼 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에게 허용되는 제한 없는 선거자금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로 특정 후보 지원을 위해 무제한의 홍보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슈퍼팩은 후보의 선거운동본부보다 더 많은 광고를 내보내며 맹활약 중이다.

슈퍼팩은 전체 광고 집행비의 72%를 네거티브 광고에 사용했으나 후보들은 27%를 쓰고 있다.

엄청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슈퍼팩이 후보와 광고에 대해 조율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후보를 출연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자료화면으로 구성한 광고는 지루해 광고가 네거티브 경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경선에서 뚜렷한 선두주자가 부상하지 않아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분석도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이 현상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 고문은 롬니가 다른 공화당 후보들을 공격하느라 오바마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면서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공화당 후보에 선출돼 오바마 대통령과 겨루겠다고 강조했지만, 깅리치와 샌토럼과 겨루는 데 그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