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집단적 질시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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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서민의 탈을 쓰고 남탓만해
대한민국이 집단적인 질시에 빠졌다. 모두가 서민이라는 탈을 쓰고 나보다 부자, 나말고 다른 사람을 향해서만 손가락질을 해대는 형국이다. 이들은 부자들을 혼내주고 그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좀 더 큰 집이나 좀 더 좋은 차를 타지 못하는 것도 부자들 때문이라고 여긴다. 사회 전체가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횡령과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고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에 승부조작이 만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입만 열면 대기업과 부자를 욕하고 우리사회 양극화를 과장한다. 점점 살기가 어려워져 서민과 중소기업은 다 죽어간다고 선동한다. 언론의 책임도 있다. 명확한 개념 정의나 통계수치 없이 막연히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느니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끝났다’느니 하며 부추겨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단 한 차례도 전년보다 줄어든 적이 없다.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해도 글로벌위기 영향을 받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2% 안팎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도시근로자 4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3만5000원이다.
소득양극화 오히려 개선돼
그런데 사람들의 주관적 느낌은 이와는 딴판이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꼽은 사람은 52.8%에 불과하고 무려 45.3%가 자신을 하층이라고 평가했다. 소득수준에 만족하는 사람은 11.8%에 그쳤지만 불만인 사람은 거의 절반인 49.1%에 달한다. 실질 소득이 늘어도 더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정책결정은 왜곡되고 진짜 취약계층은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