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계 로펌, 상륙 본격화…국내 로펌 '인력 스카우트戰' 스타트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유규홍 미국 변호사를 영입했다. 유 변호사는 미국 대형로펌에서 20년 넘게 일한 파트너변호사로 기업 인수·합병(M&A)과 해외투자 전문가다.

태평양 관계자는 20일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 관련 법률자문을 외국로펌에 더 이상 뺏길 수 없다”며 “국내에 진출할 외국로펌과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라도 외국로펌에서 경험을 쌓은 교포 변호사들을 적극 스카우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미계 로펌들이 국내 상륙을 위한 법적 절차를 착착 밟고 있는 가운데 국내 로펌들도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 시도

태평양 소속 외국변호사는 현재 38명. 김앤장의 120명에 크게 못미친다. 그러나 작년 10월 국내 2, 3위를 다투는 광장이 특허법인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번 출신의 거물급 존 김(김장각)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애플, 코오롱과 듀폰 사이의 조(兆) 단위 소송에 투입돼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2, 3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영입해왔지만 외국변호사들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시장개방으로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진 만큼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시니어급 외국변호사의 대거 영입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독일 변호사를 스카우트해 뮌헨에 사무실을 연 세종도 스페인 프랑스 등지에서 변호사를 추가 영입, 유럽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옥 옮기고 경영진 개편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해 말 경영진을 강훈-김동건 체제에서 정인진-김재호 체제로 바꿨다. 종래 이미지를 바꾸고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다.

정인진 대표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지배구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은 다음달 서울 회현동의 새 건물 스테이트 타워로 이사한다. 사옥 이전을 계기로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등 변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김두식 세종 대표는 “파트를 팀으로 세분화하는 등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모 로펌의 공정거래팀 소속 변호사 3명이 다른 대형 로펌으로 옮기는 등 전문성 확보를 위한 로펌 간 핵심 인재 쟁탈전도 치열하다.

◆해외시장, 탐색전은 끝나

몸집키우기에 주력하는 로펌들도 있다. 법률시장 개방 마지막 단계(5년 이후)에 허용되는 외국로펌과 짝짓기 등 다양한 제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몸값을 올려놓겠다는 계산이다.

지평지성은 국내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일 태국 방콕에 사무실을 열었다. 지난달 10일에는 미얀마 시장에도 첫 진출, 현지 법무법인 엔케이 리걸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에이펙스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작년 11월부터 베트남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평은 베트남 중국에 이어 일본에도 진출, 일본기업의 국내상장 업무를 추진 중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