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F 2.2D와 푸조 508 2.2 HDi는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디젤 세단이다.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배기량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일본과 독일 브랜드에 식상한 30~40대 남성들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니치 모델이기도 하다. 또 모두 디젤 세단 특유의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한 운전하는 재미도 갖췄다.
[시승기] 유럽 디젤 세단 재규어XF-푸조508, 귀족과 신사의 대결
재규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XF 2.2D은 대형 세단 중심이었던 재규어가 소비자에게 한 발 더 다가선 엔트리급 모델이다. 재규어 최초로 4기통 엔진이 탑재됐고 볼륨감 있는 차체는 존재감이 컸다. 날카로운 헤드램프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특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꾸몄다. 밝은 색 월넛 우드 트림과 센터페시아의 메탈 트림이 보기 좋았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5.9㎏·m의 힘을 내는 2.2 디젤이 올라갔다.

이 엔진은 강력한 가속력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고른 출력이 특징이었다. 독자적인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된 엔진의 성능은 분명 다른 경쟁차종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기음은 경쾌했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어 몇 시간을 달려도 피로도가 덜했다.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었고 영민하게 변속이 이뤄졌다. 공인연비는 14.4㎞/ℓ였고 실제 연비는 11㎞/ℓ안팎이었다.

소음과 진동은 한 체급 위인 XJ보다 신경쓰였다. 하지만 독일 경쟁차종보다는 정숙한 편이었다. 이전보다 딱딱해진 서스펜션 세팅은 나쁘지 않았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는 충격이 있었다. 경쟁모델들보다 500만~1000만원까지 비싼 6590만원의 가격은 분명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시승기] 유럽 디젤 세단 재규어XF-푸조508, 귀족과 신사의 대결
재규어가 귀족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푸조는 프랑스의 깔끔한 신사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경제적인 능력과 취향에 따라 고민해볼 만 한 선택지다. 푸조 508은 재규어보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하다. 하지만 가장 상위 모델인 508 2.2 HDi는 디자인면이나 성능 면에서 재규어는 물론 BMW나 아우디 못지않은 성능을 갖췄고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가격은 5610만원으로 스펙이 비슷한 재규어 XF 2.2D보다 1000만원이나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다.

외관은 고급스러웠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대시보드의 재질이 그리 고급스러워보이지 않았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메탈 트림이 BMW를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있었지만 현재 속도를 보여주는 기능만 했다. 야간에 실내의 주황빛 실내등이 인상적이었다. 계기판과 버튼도 모두 주황색으로 통일했다.
[시승기] 유럽 디젤 세단 재규어XF-푸조508, 귀족과 신사의 대결
핸들링은 꽤 뻑뻑한 편이었다. 저속에서는 우회전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고속주행 시 안정감을 위해 이렇게 세팅한 것인데 일반 시내 주행 시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주행성능은 우수한 편이었다. 치고 나가는 느낌이 좋았고 고속주행 시 안정성도 높았다. 소음 진동도 효율적으로 잘 제어했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는 45.5㎏·m였다. 공인연비는 15.5㎞/ℓ인데 실제로는 12㎞/ℓ 정도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