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까지 문열고, 여주ㆍ오산 까지 챙겼더니…죽전 신세계, 경기도 1위 백화점 눈앞
2001년 10월 한국토지공사(현 LH)가 지하철 분당선 죽전역세권(경기도 용인) 개발사업자 공고를 냈을 때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시 이곳은 개발이 덜 된 ‘황무지’였던 데다 인근 분당에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분당선 서현역 소재)란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전의 ‘미래’를 본 건 신세계뿐이었다. ‘볼거리’와 ‘살거리’가 많은 백화점으로 꾸미면 용인 분당뿐 아니라 서울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수원 광주 화성 오산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시장을 다르게 본 덕분에 신세계는 아무런 경쟁 없이 사업권을 따냈고, 2007년 3월 경기점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개점 6년 만인 올해 AK플라자 분당점을 제치고 ‘경기 남부 백화점의 맹주’ 자리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사진)는 지난 주말 기자와 만나 “확장 공사를 통해 4~8월 중 경기점 매장 면적이 3300㎡(전체 영업면적 5만2900㎡→5만6200㎡) 늘어난다”며 “여기에 유니클로, 딘&델루카 등 인기 브랜드를 들여놓는 만큼 올해 확실한 ‘경기 남부의 넘버원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점 이듬해 3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신세계 경기점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 지난해 59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라이벌 AK 분당점(6000억원)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증축 효과를 감안한 올해 예상 매출액은 6600억원. AK분당점은 6500억원을 올해 목표로 세웠다. 박 대표는 “경기점은 올해를 기점으로 강남점, 인천점, 광주점, 마산점에 이은 신세계의 다섯 번째 ‘지역 1등 점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업계에선 AK분당점에 비해 위치도 나쁘고, 지역 내 인지도와 단골도 없었던 경기점이 이렇게 빨리 따라잡게 된 비결로 ‘정확한 상권 분석’과 이에 따른 ‘광역 상권화 전략’을 꼽고 있다. 신세계는 이 일대 주민의 상당수가 ‘서울에서 근무하는 맞벌이’란 점을 간파, 퇴근길 직장인을 잡기 위해 업계 최초로 영업시간을 ‘오전 11시30분 개장, 오후 10시 폐장’ 체제로 바꿨다. AK분당점을 비롯한 일반 백화점 점포들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이다.

상권 확대 전략도 주효했다. 용인 수지지구와 분당 성남 기흥에만 기대지 않고, 수원 광주 화성 오산 이천 여주까지 각종 쇼핑 혜택이 담긴 ‘디렉트 메일(DM)’을 보낸 것. 덕분에 개점 첫해 40% 수준이던 이들 ‘원거리 고객’의 매출 비중은 현재 50%로 올라섰다.

경기점을 ‘대학생들의 놀이터’로 만든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주변에 단국대 죽전캠퍼스 등 20여개 대학이 있는 점에 착안, ‘젊은 브랜드’를 대거 들여놓는 동시에 취업박람회 등 다양한 ‘대학생 끌어들이기 이벤트’를 펼친 것이다. 박 대표는 경기점 초대 점장으로 이런 작업을 주도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고만고만한 점포를 여러 개 내기보다는 광역 상권에 1등이 될 만한 대형 점포를 하나씩 출점하는 ‘지역 1번점’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다음달 문 여는 경기 의정부점은 물론 현재 준비 중인 동대구점, 경기 하남점도 해당 지역의 넘버원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